[여행,답사] 김천 도보 답사기 - 산촌에 겨울이 오네
온위 | 2011.07.04 | 추천 : 3420 | 조회 36364




김천 도보 답사기 - 산촌에 겨울이 오네


사진_하나티앤미디어

출처외환은행 라비 매거진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떨어질까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평소 자연을 접할 일이 없는 도시 사람들이다.
커다란 산의 품 속에서 살아가는 산촌 사람들은 자연이 내어주는 넉넉한 인심을 닮아 있다. 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산촌으로 겨울 마중을 나간다.>


 

굽이굽이 모티길 따라 겨울 마중


걷는 여행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요즘, 쌀쌀해진 날씨에도 걷기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일부러 짬을 내서라도 자연과 함께 숨쉬고 싶어서일 것이다. 바람은 조금 쌀쌀해졌지만 아름다운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은 산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 새소리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가에 돋아난 풀 한 포기에 눈길을 돌리게 되고, 바람이 안내해준 커다란 참나무 가지에 붙어사는 겨우살이를 발견하고 반가워 소리친다. 자연이 손짓하는 좁은 산길을 걷다 보면 잊고 지내던 넉넉한 인심을 만나는 것도 자연스러워진다.



추풍령 고개 너머의 경북 김천시에는 산촌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는 모티길이 있다. 경상도 사투리로 모퉁이라는 의미의 모티길은 굽이굽이 모티를 돌 때마다 소박한 자연을 만나게 된다. 개구리가 길 위에서 펄쩍 뛰고, 고라니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운 좋으면(?) 멧돼지도 만날 수 있고, 해가 저물면 통통히 살찐 오소리가 발길을 재촉한다. 동물원 밖에서는 토끼 한 마리도 만나기 힘든 도시 사람들에게는 자연 박물관이 따로 없다. 덕분에 산중 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늘 곁에 있는 동물의 등장에 깜짝 놀라는 도시 사람들의 행동이 오히려 더 우스꽝스럽다.




모티길은 새롭게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기존에 지역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코스를 정비한 수준이다. 천년고찰로 김천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직지사 근처에는 약 10킬로미터 코스의 직지 문화 모티길이 있다. 직지사를 뒤로하고 직지초등학교와 방하치 마을, 방하재 고개, 돌모마을을 돌아 직지문화공원으로 연결되는 이 코스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다. 더구나 직지사와 연계되어 있어 지역 상황을 잘 모르는 여행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부지런히 걸으면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중간에 사진도 찍고 주변 경관도 감상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여유를 갖는 것이 좋겠다. 최근에는 코스 중간에 옛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돌담길, 주막 등을 조성하고 있어 더욱 여유로운 코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직지라 했는데 산중 꼬부랑길은 웬말인가


직지사가 위치한 황악산은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간다는 추풍령에서 여시골, 바람재를 잇는 백두대간의 통로다. 직지사로 들어서기 전 매표소부터 본격적인 사찰 입구인 일주문까지의 길은 비교적 시원하게 뻗은 흙길이다. 쭉쭉 뻗은 나무 사잇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겨우 일주문 앞에 다다른다.




이 숲길 끝에 도달하면 몸도 마음도 정화될 것 같다. 어린 아이들도 마음에 드는지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하며 숲길을 곳곳을 두리번거린다. “저게 뭐에요?” “엄마, 느티나무는 몇 살이에요?” 잠깐 사이 자연에 동화된 아이들은 어른들이 미처 돌아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물으며 어른의 발길을 재촉한다




황악산은 황학산(黃鶴山)으로 불리어서 지도상에도 흔히 그렇게 표기되어 있으나, 직지사 현판이나 《택리지(擇里志)》에는 황악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에 대한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김병연이 직지사의 스님과 시 짓기 내기를 했는데, 지는 쪽이 이를 뽑기로 했단다. ‘황악화개학두홍(黃岳花開鶴頭紅 황악이라는데 꽃이 피어 학머리가 붉구나) 직지유중노곡하(直指由中路曲何 직지라 했는데 산중 꼬부랑길은 웬말인가)’ 황악과 직지를 이용해 김병연이 지은 칠언 절구의 발치직지승(拔齒直指僧)’이라는 시는 결국 직지 스님의 이를 뽑고야 말았다.




천재 시인의 시를 통해 지명에 대한 의구심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우선 자가 들어가면 소리 나게 험준한 산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 인식인데, 황악산은 커다란 바위산이 아니라 듬직한 흙 산이다. 김병연도 이를 의심했던 모양인데, 찾아 드는 학을 보고 의심의 마음을 거둔 것 같다. 그리고 직지로 오르는 길이 지금은 쭉 뻗었지만 당시에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길이었던 모양이다. 쭉 뻗은 길이건 굽이길이건 길의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조용히 흘러내리는 작은 계곡과 아름다운 산세가 황악산을 지키고 있으니 그것으로 되지 않았는가.

한편, 직지사 주변에는 누구에게나 쉴 자리를 마련해 주는 직지 문화 공원과 함께 개인 소장가가 기증한 도자기를 전시해둔 세계 도자기 전시관 등 문화 예술 종합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새 소리, 바람 소리 따라 숲길 나들이


두 번째 모티길은 김천시 증산면의 수도리와 황점리를 잇는 수도 숲길 코스다. 산 허리를 휘감고 도는 이 코스는 해발 1,000미터의 숲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주변풍광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숲길을 걷다 보면 세속의 상념은 잠시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굳이 논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코스 중간에 낙엽송 보존림이 있기는 하지만 꼭 그곳이 아니더라도 숲길을 걷는 동안 삼림 테라피를 경험할 수 있다. 숲길의 시작부터 맑은 공기 덕에 머릿속까지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산 허리를 둘러 오르지만 경사가 가파르지 않기에 등산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다. 게다가 산촌 마을의 순박한 생활상도 엿볼 수 있으니 놓치기 아까운 코스다. 모티길 인근에는 청암사, 수도암 같은 문화 유적지와 함께 수도계곡 등 자원이 풍부하다. 수도 숲 모티길은 총 4시간 정도 소요되는 15킬로미터 코스지만, 모티길이 끝나는 황점리부터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의 거리가 한 시간 정도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흔 아홉 고개를 넘어야 만날 수 있는 증산면 평촌리의 옛날 솜씨 체험 마을은 수도 숲 모티길과 가까이 마련되어 있다. 산골 깊은 곳의 이 마을은 지혜를 담은 옛날 솜씨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짚풀을 이용한 간단한 공예부터, 사과, 산머루 따기, 고구마 캐기 등의 농촌 체험과 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과 놀이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산골에 울려 퍼지는 힘찬 북소리


농악은 예부터 농사를 짓는 농민의 생활과 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한 해의 농사가 잘 되기 바라는 기원과 풍년을 흥을 돋을 때 농악 놀이는 필수 요소였다. 농부가 치배가 되고, 또 치배가 농부가 되는 전통 농악에서 농촌 마을의 삶과 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김천 개령면에는 조금 특이한 농악이 전해져 내려온다. 일반적으로 농악이라고 하면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전문 공연단을 자처하는 안성 남사당패를 제외하고는 지역 및 농사와 밀착한 농사악이기 마련. 그런데 빗내 농악은 특이하게도 군사굿이다.

빗내마을이 속한 김천 개령면은 삼한 시대의 소국인 감묵국에 속해있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넓은 개령들을 두고 뒤로는 성터가 있었으니 군사를 동원할 때마다 나팔을 불고, 군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힘찬 진굿을 연주한 것이다. 덕분에 타 굿판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락이 강렬하고 12마당의 굿판도 명확하며 진가락의 종류도 다양한데, 전쟁터에서 연주되었으니 그 소리가 강렬하지 않고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지 싶다.

빗내농악은 제 1대 상쇠부터 제 6대 상쇠인 김홍업의 뒤를 이어 예능 보유자인 한기식까지 이어지는 320년 동안 상쇠의 계보가 뚜렷하다. 다른 지역의 가락과 혼합되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굽이굽이 깊은 산골에 위치한 김천의 지역 특성이 오히려 빗내농악을 살렸다. 그 독특하고 강렬한 북소리는 지금도 남아 널리 울려 퍼지고 있다.

 

모티길 따라 걷는 동안 새소리에 취하고 바람 소리에 취한 채 만나는 풍부한 자연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산 중턱과 정상이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해져 깊은 가을이 겨울을 마중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Tip> 모퉁이 돌아 산골 트레킹, 모티길


직지 문화 코스 천년고찰 직지사와 연결되는 코스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방하치마을과 돌모마을의 산촌체험마을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통: 김천 IC에서 직지초등학교까지 20분 소요

코스: 직지초등학교 à 방하치마을 à 방하재 à 돌모마을 à 직지문화공원(10km 3시간 소요)

 

수도숲길 코스 수도마을에서 출발하여 국유임도를 따라 단지봉 중턱, 낙엽송 보존림을 지나 김천 남쪽 끝인 황점리에 도착하는 코스로 산간 오지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발 1,000미터의 임도 숲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풍경이 예술이다.


교통: 김천IC에서 수도리까지 1시간여 소요. * 산불조심기간 중에는 입산 통제됨.

코스: 수도마을 à 국유임도 à 단지봉 중턱 à 낙엽송 보존림 à 황점리(15km, 4시간 소요) *황점리에서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 약 1시간 거리임

 

<Tip> 김천 가는 길


자가용 이용 시 김천

대중교통 이용 시 김천시는 KTX, 새마을 호, 무궁화 호 등 열차 이용이 비교적 쉬운 지역이다. 서울 기준, 20~30분 간격으로 열차가 배차되어 이용이 편리하다. 고속버스는 오전 7 10부터 저녁 7까지 약 2시간 간격으로 배차된다. 시외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10, 2, 6 배차되어 있으며 소요시간은 약 3시간.

 

직지사

가는 길 김천역 앞 직지사행 버스 11, 111

경부고속도로 추풍령IC에서 김천 방면으로 11km

경부고속도로 김천IC에서 추풍령 방면으로 9.5km

문의 054-436-6174 www.jikjisa.or.kr

 

빗내 농악 전수관

개관 09:00 ~ 18:00(※ 토·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시설 관람 무료 (개인 및 단체)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김천IC에서 선산방면(국도59호선) 15Km 지점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IC에서 김천방면(국도59호선) 10km 지점

문의 054-420-6438 www.gc.go.kr/mini/bitnae/main.htm

 

옛날 솜씨 마을


옛날 사람들의 솜씨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갖추어진 농촌 체험 마을인 옛날 솜씨 마을에서는 짚 공예, 농촌 체험, 두부 만들기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의 집에서 민박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 , 체험은 15인 이상의 단체만 가능하므로, 가족 단위의 작은 단체를 만들어 체험을 신청하는 것이 좋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김천IC→ 3번 국도대덕면→ 30번 국도(성주방향)→ 가룻재평촌리(청암사방향 우회전)

대전-통영고속도로 무주IC→ 무주읍→ 30번 국도(성주방향)→ 나제통문대덕면가룻재평촌리(청암사 방향 우회전)

문의 054-437-0455 somsi.go2v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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