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차분의 홍성여행(1) 오서산 장터 구경
차분차분 | 조회 8380 | 공감 1740


충남 홍성은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다. 고속버스의 제일 재미라고 한다면 잠깐씩 쉬었다가는 휴게소다. 오서산에 올라 먹으려고 샀던 삼각김밥 두 개와 음료수 캔 하나를 버스 안에서 다 먹어버린 탓에 휴게소에 들렀을 때 도시락이라도 살까했는데 그건 준비를 못하고 떡볶이만 먹고 돌아왔다. 나는 왜 그렇게 휴게소만 들리면 떡볶이에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다. 빈손으로 차에 타기 아쉬워 호떡도 사 들고 왔는데 하나는 안 판단다. 우리나라에는 2인분 기준으로 파는 먹거리가 왜 그렇게 많은지 이럴때 개인 플레이하는 사람은 서럽다. 그러나 혼자 다 먹었다는 거! 그게 더 비극인 것이지!



도착한 곳은 오서산으로 예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아 까마귀 오(烏), 깃들일 서(棲)자를 써 까마귀의 보금자리라고 했단다. 새 중에서 까마귀를 가장 좋아하기도 하여 그 말에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 약간 서운했다. 지금은 살고 있지 않는건지...? 오서산의 높이는 790m로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충남에는 워낙 높은 산이 없어 그 곳에서는 가장 높은 산봉우리라고 한다. 790m라고 하니 아주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웬걸 초반부터 내내 어찌나 가파르던지 등반 10분만에 숨이 턱에 차 오르고 힘이 들어 헉헉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억새밭은 산의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데 약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단다. 나는 산 중턱에 있는 정암사까지만 올랐다. 절이라는 곳은 꼭 종교적인 의미를 담지 않고있어도 그대로 편안하고 청아한 느낌을 주는 매력이 있다. 가장 종교적이 어떤 것도 배척당하지 않을 것 같다는 순수한 착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항상 이 부분에 감탄한다. 빛깔 고운 한복을 입은 소녀들이 쿵덕쿵덕 널을 뛸 때면 따은 머리의 끝에서 함께 올라가는 빨간 댕기가 떠올라 신나고 흥겨워 보이기 때문이다. 처마 끝을 저리도 단정하게, 우아하게 디자인 할 생각을 어떻게 해냈을까 감동스럽기 그지없다. 가끔 새벽녘의 차갑고 새파란 절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안에서 눈 뜨는 나를 그려본다. 그런 쓸쓸함의 동경은 오만함일까, 무지함일까.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돌아가고 나면 잠시의 소란스러움도 물러가고 다시 고요속에 묻히게 되겠지.

 

 

 

올랐던 길을 반대로 다시 내려가면서는 좀 더 여유롭게 경치를 둘러보았다. 그래서 나는 산을 오르는 것보다 언제나 하산에서 오는 여유가 마음에 든다. 오를때는 보지 못했던 억새풀도 눈에 들어왔다. 억새풀이 한창인 오서산에 온 기쁨을 살짝 느끼게 해주니 고맙다. 바람을 타고 한들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동네 어귀부터 흔하게 보이는 것이 바로 감나무였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의 크기나 빛깔이 아주 실한 것이 왜 아직 따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인가 궁금했다. 사실 궁금하다기보다 하나만 따 보고 싶은 마음이 절반이다.

 

 

 

또, 하나 반가운 것이 코스모스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만해도 이맘때 차를 타고 약간만 외곽으로 나가면 도로변을 따라 늘어서 있던 것이 코스모스였건만, 요즘은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코스모스 무리를 만나니 마음이 절로 행복해진다. 

 



산 아래 작은 마을의 풍경이다. 대문앞마다 100cm 크기의 장터가 열려있다. 직접 키운 호박이며 고구마, 마늘 등 갖은 농산물이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크기도 작고, 정말로 조용한 장터지만 대문마다 저렇게 내놓고 팔고 있으니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 종착지인 주차장에는 너도나도 손에 들려있는 가득한 봉다리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훈훈해져 버린다.

 

 

내 손에 처음으로 들린 것은 시금치 2천원 어치로 봉지가 빵빵하다. 며칠 전 엄마가 장 봐 온 시금치가 김치냉장고에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샀다. 그런데 할머니는 「시금치가 몸에 좋아, 이게 얼마나 맛있나 몰러」하시며 자꾸만 봉지에 터질듯이 덤을 꽉꽉 눌러담아 주신다.  「앗! 할머니 그만이요..!」하고 속으로 즐거운 비명을 내질러본다.

 

두 번째로 산 것은 팥이다. 또 다른 할머니 한 분이 깍지에서 알록달록하니 예쁜 것들을 쏟아내고 계시기에 다가가 여쭈었더니 팥이라고 하시며 「사 갖고 가~」하신다. 그런데 보기에 보기에 어떤 것은 검고, 또 어떤 것은 붉고, 연한 녹색빛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아 솔직히 여쭈었다. 「할머니, 이거 덜 여문 것 아니예요? 」했다. 아닌게 아니라 덜 익은 것 사갔다가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을까봐 살짝 걱정이 된 까닭이었다. 그랬더니 「아니여, 이게 다 팥이여. 밥에 넣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사 갖고 가」그래서 결국 샀지.
 
할머니가 까 놓은 한 바가지를 몽땅 봉지에 털어주시고 이번에도 덤으로 깍지를 넣어주신다. 역시 시골 인심은 더 주세요 라고 말하지 않아도 주는 것이 "덤"인가보다.



동네 아래쪽에서는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오갈피 열매도 팔고 있었다. 할머니가 사라고 권하는데 저걸 사다가 뭘 해야하나 싶어 고개만 갸우뚱, 사진만 찍었다. 맞은편 할머니는 표고버섯을 파는데 버섯이 다 펴서 손바닥만하다. 또, 땅콩도 팔고있고 당근과 들기름도 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장터에 볼거리는 풍부하기만 하다.

 



버스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사 갖고 내려온 것을 펼쳐보며 흐뭇해했다. 시금치 2천원, 팥 3천원, 강낭콩 4천원, 대추 5천원. 모두 합해 1만 4천원이다. 동네 아저씨인가 한 분이 대추를 보더니 「대추 얼마줬어요?」하고 물으신다. 「5천원이요」했더니 「참 달지요?」하시며 지나가신다.
 
그러고보니 먹어보질 않고 그냥 샀네? 얼른 한 개를 꺼내 대충 닦아 입 안에 넣고 씹으니 처음에는 잘못샀나 싶었는데 단맛이 천천히 입 안 가득 퍼져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엄마가 대추를 좋아하셔 자주 구입해 먹는 편인데도 이렇게 단 대추는 처음이다.
 
봉지를 들고 온 배낭에 차곡차곡 넣으니 금시에 그 큰 배낭이 묵직하니 차 버렸다. 엄마에게 전화해 구입한 목록이며 가격을 보고하니 「광천장에서 새우젓 사야하는데...」하며 돈이 모자르지 않을까 걱정하신다. 그 말씀에 아차싶다. 들고 온 돈은 5만원인데 새우젓 사야하는 걸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두 손 무겁게 광천장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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