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대문] 다행이다..... 홍제동 개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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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하루 품을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개미집처럼 다닥다닥 뒤엉켜 사는 동네거니 해서 개미마을. 평생을 개미처럼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해서 개미마을이라 불리던 동네. 
추웠던 바람을 뒤로하고 낮게 드리운 겨울 햇빛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2월 어느날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그 서러운 기억을 찾아간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내려 천천히 가파른 언덕배기를 따라 오르다보면 최근에 지어진 인왕중학교 건물이 보인다.. 여기서 2~3분만 걸어올라가면 개미마을 입구. 행정구역상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3동 산 8번지에서 91번지까지를 일컫는다. 
6.25전쟁 이후 갈 곳이 마땅찮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천막을 치고 판자를 잇대어 살기 시작한 마을이다.
마을버스는 홍제역에서 출발하여 종점인 인왕산 등산로 입구까지 오르내리는데, 어떤 집은 길과 지붕의 높이가 같고 다른 집은 길 옆에 축대 위에 집이 있다.
평지에 있는 집이 드물 정도로 모두 산비탈 위에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현재 개미마을은 대략 1만여평의 면적에 100세대가량이 살고 있다. 4인 가구로 어림잡아 400여명의 주민이 차마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흑백에 풍경속에 그려진 동화 속 그림들


한 건설회사의 지원으로 시작된 '빛그린어울림마을' 프로젝트는 낙후된 공간이나 건물에 그림을 그리는 벽화작업을 통해 아름답고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기업 사회공헌활동으로 지난 2009년 8월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에 1호 벽화거리를 조성을 지원했고 건국대, 상명대, 성균관대, 추계예술대, 한성대 미술대학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회색의 달동네에 동화 속에 나올듯한 풍선, 구름, 해바라기, 종이비행기, 꽃을 새겨 넣어 담벼락마다 그려진 총천연색 그림이 무지개떡처럼 곱다.  

공공미술로 개미마을의 모습이 변했다. 골목길 풍경과 담장들에도 색색의 벽화들이 그려지고 마을은 마치 어릴 적 동화 속 풍경처럼 아름답게 변했다. 그렇게 잿빛 담벼락에 하나둘씩 그려진 그림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고, 오래되어 낡은 기와나 슬레이트 지붕이 얹힌 집 담장에도 밝고 재미있는 벽화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오르고 올라도 끝이 없던 오르막 계단에도 ‘힘 내, 거의 다 왔어’란 희망의 메시지들이 새겨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사랑의 하트가 그려졌다.

개미마을은 이제 주말이면 카메라를 든 젊은이, 작은 아이들의 손을 잡은 젊은 부모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중턱에서 만난 해남에서 온 김씨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연탄을 나르고 있다.

작년 겨울 정부로 부터 400장은 이미 다 바닥이 난 상태에서 장애인 복지단체에서 150장을 다시 받았으나 추운 겨울 날 집으로 옮길 수가 없어서 큰 길가에 방치하다가 날이 풀리니 할아버지가 손수 만든 지게로 나르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 가 없었다. 몇 년전에 인천 학익동에서 20가정에 200장씩 연탄을 배달을 했었다. 아빠들은 10장씩 지게에 연탄을 싣고 엄마들은 아빠들에게 연탄을 실어주고  아이들과 줄을 맞추어 연탄을 하나씩 하나씩 전달해 주었기에 지게 지는게 문제될게 없어서 할아버지에게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옷버린다고 사양하신다.

할아버지가 어디까지 가는 지 따라가보니 개미마을 높은 계단 길을 오르신다. 

그 모습을 보고 그냥 돌아갈 수 가 없어 할머니가 나르시던 연탄 바케스와 집게를 뺏다시피 하여 5장씩 옮겨본다.

할아버지가 지게에 8장씩 옮길 때 내가 빨리 두 번 왕복하면 30분  내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었는데 몇 번 왕복하지 않았는데 벌써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치는 모습을 보고 이제 그만 도와주어도 된다고 하시지만 이미 시작한것 끝을 봐야 마음이 편안할 것 같다.

150장을 다 나르고 나니 고맙다고 무엇인가 주고 싶다며 침대 밑에 있던 다이얼리를 주신다.

두 내외분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사양하고 대신 갈증을 달래기 위해 수돗물 두 잔 마시고 나니 집 안에 있던 막걸리에 과일 샐러드를 안주 삼아 먹으라고 주시는데 이것마저 사양하면 안 될것 같아서 한 잔 마셔보니 가슴 속이 개운하다. 





인정이 남아있는 동네, 개미마을 

 

사는 게 녹록지는 않아보이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동네분들이다.

할아버지와 연탄을 나를 때 마다 지나가시는 분들은 서로 사정을 다 아는지 인사도 주고 받고 할아버지 댁에 연탄 150장 들어온것도 모두들 알고있다.

추운 겨울 날 연탄을 피워 추위로 면하지만 서로 연탄불로 봐주고 불씨는 나누어주는 인정이 아직 이 곳에는 남아있다고 한다. 

연탄을 나르고 나니 두 내외분이 욕봤다고 하는 걸 보니 전라도 분인것 같아 물어보니 두 분 모두 해남에서 68년도 서울에 올라와  이곳에 정착한지 벌써 44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75세 광산 김씨라는걸 무척이나 강조하셨고 할머니는 70세.

두 분의 연세가 나의 부모님과 비슷해서 더욱 친근감이 느껴진다. 처음 집을 지을때에는 낮은 곳은 흙을 메꾸고 높은 구릉은 흙을 채워서 축대를 쌓아 평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도 낮에는 집을 올리지 못하고 밤에만 했다는데, 낮에 집을 올리면 구청에서 나와서 무허가 주택이라고 부셔버렸다고 한다.

이미 장성한 자식들은 근처 연신내에 살고 있는데 피곤하게 일하고 주말에 쉬는데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고 혹여나 도와주지 않은 자식들 흉을 볼까봐 먼저 아들 내외 편을 드시는데 예전에는 이런 부모님의 자식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딸내미 하나지만 키우다보니 이제 이런 마음이 이해가 된다.

두 내외 분의 마지막 소망은 내년이면 시작한다는 재개발이 되어 남향 집이지만 가파른 인왕산 능선에 가려 낮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집을 떠나 아파트에 들어가서 연탄불 꺼지는 걱정없이 살아 보는것.

집은 무허가이지만 땅은 35평 정도 된다면서 평당 천삼백씩 받으면 4억 정도되는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신다.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한 길.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보니 할아버지가 고마운 인연인데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이름과 고향을 물어보시고 동네가게에서 사온 담배 한 갑을 건네주면서 고맙다가 손을 꼭 붙드신다.




재개발로 사라질지 모르는 산동네


마을의 정상에 오르니 대략 40~50년 이상이 된 집들이 언덕 위에 위태롭게 버티어 서 있다. 다닥다닥 붙어서 온기를 나누며 살아온 집들 사이로 어깨를 비켜야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길과 높은 치받이길이 선명하게 마을을 가르고 있다. 

벌써 몇 해 전부터 하나 둘씩 이삿짐을 꾸리고 누구네 누구네도 하나 둘씩 아랫녘으로 내려가면서 마을에는 빈집이 태반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젠가는 또 무지막지한 포클레인이 산을 뒤엎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발길을 재촉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개미마을을 나오면 두 내외분이 가지고 있는 소망을 그림으로 표현해놓은 담벼락이 있다.

산동네 마을과 아파트. 재개발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곳에 땅이 있고 집이 있는 사람들은 재개발로 좀 더 편한 집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작은 면적에 차가운 방구석이지만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막아주며 저녁이면 피곤한 몸을 뉘울 수 있는 집이 용역에 의해 무너지고  쫓겨날 수 밖에 없다.

이런 분들에게도 조그마한 아파트라도 분양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재개발이 되어도 지금처럼 마을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사는 마을로 남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웃의 안부를 걱정하고, 저녁이면 아파트 공원에서 서로의 걱정을 나눌 수 있는 마을로.....


돌아오는길 홍제동 고가 철거로 상습정체 구역이었던 홍제동 유진상가 앞에는 차들로 꽉 차있다.

신호등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사거리를 지나지 못하는 가운데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음악이 들린다.

  

 '다행이다'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보며 숨을 쉴수 있어서

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란걸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나눠 먹을 밥을 지을수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저린 손을 잡아줄 수 있어서

그대를 안고서

되지 않는 위로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란걸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수가 있어서


음악을 듣다보니 가슴이 갑자기 먹먹해 지는 이 느낌은 멀까? 할머니가 주신 막걸리 한 잔에 취기가 갑자기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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