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진천] 역사가 도도히 흐르는 양조장 덕산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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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사라져 가던 우리술 막걸리가 열풍이다.

충북 진천군 덕산면에 가면 덕산양조장으로 알려진 세왕주조가 있다. 최근 세왕주조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으나 묵은 세월 탓에 덕산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린다.

근대 건축물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양조장 건물이 1930년 경에 세워진 건축물이라는 점 또한 큰 매력이었다. 

세왕주조의 역사는 1929년으로 올라간다. 1대째인 이장범 옹이 창업한 후. 2대째인 이재철 씨를 걸쳐 3대째인 이규행 씨에게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장소, 같은 건물에서 77년간 가업을 이어온 세왕주조는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귀중한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차창 밖으로 나지막하게 엎드린 산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뜰이 있으니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의 진천땅이다.

흔히 살아서는 진천에 머물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라는 말이 내려올정도로 사람 살기 좋은 고장이다.

술도가는 차가 다니는 큰 길가에 있다. 1930년에 홍수가 나서 높은 지대로 옮긴 곳이 지금 자리다. 고즈넉한 양조장은 하늘을 향해 날신하게 뻗은 7m 높이의 측배나무와 잘 어울려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측백나무는 경관만을 위해 심어진 것은 아니다. 나무에서 날리는 가루가 양조장 나무 외벽에 붙어 건물이 썩지 않게 하는 일종의 방충제 역활을 한다. 외벽에 옻칠을 한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저 멀리 압록강의 푸른 물결을 타고 왔을 백두산 전나무가 술도가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40대 후반의 이규행 사장은 건설 사업 실패 후 고향에 내려와 아버지로부터 양조장을 이어 받은 것이 1998년이다. 우여곡절 끝에 양조장을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술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가업을 이어나가야겠다는 사명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행착오로 인한 실패가 거듭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술을 빚는 일에만 전념했다. 현재 그는 20여종의 청주(약주)와 막걸리를 빚고 있다. 검은쌀막걸리를 비롯한 신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막걸리 맛도 유명하지만, 햅쌀과 한방약재를 넣어 빚은 맑은술(청주) 덕산양주는 예로부터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풍수적으로 평사낙안(平沙落雁)의 지세를 하고 있는 진천은 풍성한 자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물도 땅도 좋습니다. 점토질인 황토에서 자란 쌀은 그 색이 투명하고 찰기가 있어 맛 좋은 쌀로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술을 빚을 때는 진천 쌀과 지한 150m의 천연암반수를 사용합니다. 술을 빚는데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정갈한 마음을 갖는것것 또한 중요하다고 합니다. 술을 빚는데 사용하는 물의 결정체도 사람 마음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효모는 당을 분해하여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건강한 효모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서 술의 맛과 도수가 정해진다. 따라서 막걸리를 빚는데 효모 관리는 필수다. 효모의 활동을 좋게 하기 위해서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보통 발효주의 경우, 술을 빚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알코올 도수가 17~18도 정도로 보통 20도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코올 함량이 20도 정도가되면 효모균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도수는 22.8도까지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일반 시중의 생막걸리나 약주에 비해 2배 내지 3배 정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데, 이는 험난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우수한 균의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한다.




조명 아래에 양조장 천장 상단을 보니 갈색 대들보 가운데에 '소화오년경오구월초이일미시상량' 이라는 상량문이 적혀 있다. 이를 통해 건물의 내력을 알 수 있다. 
발효실과 종국실을 분리하는 외벽의 두께를 보니 족히 60~70cm가 되 보인다. 칡넝쿨로 얽어 맨 대나무 골격에 황토를 바른 벽 안에는 왕겨가 가득히다. 또한 천장에도 왕겨가 두껍게 깔려있다고 한다.
왕겨의 비밀은 무엇일가? 그것은 온도, 그리고 습도와 관련된다. 왕겨는 낮에 열을 저장했다가 밤에 열을 발산해 실내 온도를 유지시켜 주며 습도 조절을 해준다. 왕겨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양조장에는 더 없이 좋은 건축 자재다. 왕겨로 인해 이곳은 추위와 더위에 상관없이 23~27도의 실온을 유지할 수 있다.






입국의 경우 고두밥에 종균을 뿌린 후, 나무로 만든 국상자에 하나하나 넣어 균을 이틀간 배양한다. 이때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주기 위해 국상자를 갈아쌓기, 엇갈려쌓기, 벽돌쌓기 등을 하는데, 배양의 상태가 어떤지 감각적으로 알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입국이 만들어지는 종국실의 천장과 벽에 거뭇거뭇한 곰팜ㅇ이가 피어있다. 벽에 생긴 곰팡이는 외부 잡균의 침입을 막아 주면서 술을 만드는 유익한 균(흑국균, 백국균)이다. 깔끔하게 한다고 제거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곰팡이 핀 발효실은 맛 좋은 술을 빚는 양조장의 자부심이다.




발효가 이루어지는 개별 공간인 옹기 술독도 덕산양조의 자부심 중의 하나다.

황토가 좋은 덕산 용몽리. 시집을 갈대 고무신에 묻은 흙이 죽을 때까지 안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흙이 좋으니 예로부터 옹기가 유명한 동네이다. 찰기 있는 토질 덕분에 얇은 옹기를 구어 낼 수 있었는데 그건 그만큼 숨쉬기가 좋다는 얘기다.





사장님은 대대로 내려온 술도가를 잘 보존하고, 전통을 기반으로 한 전통주를 발전 시키며 술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관을 마련해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 술에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어했다. 그에 일원으로 2009년 세왕 전통주 홍보 교육관을 만들었다. 5천원만 내면 세왕양조에서 만든 막걸리 시음도 하고 술도가 내부도 견학을 할 수 있다. 




삼대에 걸친 양조장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사업을 하고 하는 덕산양조. 1980년들어 지방 곳곳마다 있었던 술도가가 문을 닫고 건물은 허물어져버렸지만 근대문화재 건물을 유지하며 3대째 이어온 덕산양조장 그 건물과 그 속의 이야기는 우리 술의 맛만큼 진하게 향기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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