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명산 속 명품코스 - 북한산 의상능선
Punctum | 2011.09.18 | 추천 : 2091 | 조회 22614
명산 속 명품코스 - 북한산 의상능선

산꾼들이 꼽는 북한산 최고의 명품코스는 어디일까. 큰 줄기만 꼽아도 10개가 넘는 거대한 능선이 넘실대는 북한산 중 의상능선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이 많다. 빼어난 경관은 기본. 거친 암골미와 확 트인 조망이 어우러져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또 북한산의 좌우를 관통하고 있어 전체적인 산세의 개념을 잡기에 초석이 되는 중요한 능선이다.
 

▲ 의상봉에서 바라본 의상능선 줄기. 북한산 제일의 능선답게 호쾌한 암골미와 근육질의 산세를 자랑한다. 문수봉까지 이어진 의상능선은 다시 비봉능선으로 꺾어진다

의상능선은 어렵다. 초급자가 무턱대고 쉽게 볼만한 코스가 아니다.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는 암릉구간이 여간 에너지를 빼앗는 게 아닐뿐더러 자칫 길을 잘못 들어 릿지코스로 들어서면 위험한 구간도 있다. 제일 마지막인 문수봉을 제외하고도 봉우리를 7개나 넘어야 한다. 5km 남짓한 산행거리가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또 의상봉부터 용혈봉까지는 낙뢰가 자주 발생하는 지점이라 여름철 산행 시에는 항시 주의해야 한다. 이래저래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짐작하겠지만 의상봉(502m)은 신라시대의 명승 의상대사(625~702)와 연관이 있다. 당나라에서 불교공부를 하고 돌아온 의상을 원효가 불러 의상봉에 있는 석굴로 안내하여 수도를 하게 했다. 그리하여 원효는 원효봉에서, 의상은 의상봉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참선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의상봉과 원효봉은 마주보고 서있는 형세이다. 천 년의 세월을 거친 지금, 원효와 의상이 다시 현세에서 만난다면 두 사람은 어떤 말들을 나눌까. 
 

▲ 암릉구간이 주를 이루는 의상봉 오름길.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지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릿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슬랩을 오르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의상봉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길이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코스는 북한산성입구탐방지원센터에서 대서문으로 오르는 길에 표지판에 가리키는 우측 샛길로 빠지는 길이다. 산책로와 등산로가 섞여있는 산길은 잠시 후 가파른 등산로만 남는다. 밑에서부터 훑고 올라가는 코스인 탓에 오름세가 만만치 않다. 철난간을 붙잡고 거친 숨을 몰아 쉬다 보면 어느새 넓은 암릉지대가 나타나면서 시야가 트인다. 의상봉 릿지구간의 시작이다. 남서쪽으로 비봉능선과 응봉능선이 족자처럼 좌라락 펼쳐져서 내려오고, 북동쪽으로는 북한산의 영봉들, 백운대와 인수봉, 노적봉, 만경대가 보인다. 그 밑으로는 원효가 머물렀던 원효봉이 그 푸짐한 둘레를 자랑한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 비지땀을 흘리며 의상봉을 올라 냉골바람에 땀을 말리고 다시 용출봉으로 넘어간다. 용이 솟아나올 듯 사나운 기세의 용출봉(사진 우)

의상봉에서 가사당암문을 지나 용출봉(571m)으로 넘어간다. 용이 나온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용출봉은 그 위세가 높고 날카롭다. 용출봉에서 삼천사계곡으로 뻗어 내린 지능선은 산꾼들이 자주 찾는 당일코스. 테라스바위, 비밀의 정원 등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용출능선의 숨은 명소들이다. 급경사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면 이제 용혈봉(581m)이다. 용혈봉에서 증취봉으로 넘어가는 도중에 유명한 강아지바위가 있다. 자연의 신비라고 밖엔 설명할 방법이 없는 기암이다. 용혈봉 정상에서 증취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2가지 길이 있는데 초급자는 좌측 우회로를 택하는 것이 좋다. 우측 길은 V자 형태의 릿지길이라 양손과 양 발로 바위를 밀면서 조심스레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자칫 사고가 날 수 있다. 

 

▲ 의상능선의 마스코트 강아지바위. 용혈봉에서 증취봉 넘어가는 사이에 볼 수 있다. 증취봉에서 내려오면 부왕동암문까지 이어진 옛 성벽길을 따라 걷는 호젓한 길이 이어진다. 

시루에 불을 뗀다는 뜻의 증취봉부터 나월봉까지는 순탄한 능선길이다. 옛 성벽을 따라 부왕동암문까지 걷는 오솔길이 정겹다. 의상능선 코스는 부왕동암문에서 한 눈 팔기 쉽다. 좌측 부왕사지로 접어들면 산성입구로 내려가서 산행을 마칠 수도 있고 북한산대피소를 거쳐 산성주능선에 붙을 수도 있다. 우측으로 나가면 삼천사 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라면 직진이다. 부왕동암문을 지나쳐 나월봉 방향으로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올라간다. 나월봉 정상은 출입이 제한되어 우회를 권장하는 구간이다. 초급자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의상능선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나월봉 정상을 밟아보고 싶다면 조금 무리를 해봐도 좋다. 위험을 감수한 대가는 시원한 바람과 장쾌한 풍경이 보상해준다. 북동쪽으로 뻗은 산성주능선과 남쪽의 비봉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나월봉에서 나한봉까지는 지척이다.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들로 인해 빈한해 보이는 나한봉도 여름 무렵에는 그럭저럭 봐줄 만 하다. 나한봉에서 좌측으로 꺾어지면 715봉(가사봉)으로 가는 철난간 구간이 나온다. 흔히 715봉을 상원봉이라 부르는데 이는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상원봉은 남장대지터와 행궁지 사이에 있는 봉우리를 가리킨다. 어쨌거나 715봉까지 왔으면 이제부턴 한 숨 돌릴 수 있다. 청수동암문 지나 대남문까지 순탄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사통팔달의 대동문만큼은 아니지만 대남문도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활기가 사그러들지 않는 곳이다. 
 

▲ 나월봉 정상에서 바라본 의상능선의 지나온 길(사진 위). 715봉에서 청수동암문을 거쳐 대남문으로 내려온다. 북한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문수사에서 주말에 한해 점심공양도 받을 수 있다(사진 아래)

산행을 여기서 끝낼 요량이면 대남문 밖으로 나가 구기동 방면으로 내려갈 수 있다. 만약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대성문~보국문~대동문까지 가서 진달래능선을 타고 백련사로 내려가는 코스가 좋다. 보국문 지나 칼바위능선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지만 이름처럼 험한 암릉구간이 껴있는 탓에 긴장을 좀 해야 한다. 추천코스는 대남문을 나와 문수사 경내를 한 번 둘러보고 구기동으로 내려가는 코스. 주말 점심시간을 맞춘다면 문수사에서 점심공양도 한 끼 가능하다. 두부김칫국, 나물비빔밥 등 절에서 맛볼 수 있는 소박한 밥상도 산이 주는 즐거움이다.

구기동까지 내려오는 데는 약 1시간 남짓 걸린다. 계곡을 끼고 내려오는 코스라 조망은 볼 것 없지만 수량이 늘어난 여름에는 시원한 물소리를 동행 삼아 내려오기 좋다. 북한산성입구탐방지원센터에서 구기탐방지원센터까지 약 6.2km,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조금 느긋하게 진행한다고 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북한산을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면. 한 번은 꼭 가보자. 기분 좋은 근육통이 산행의 여운을 오래 남긴다.

# 찾아가는 길
의상능선을 찾기 위해서는 북한산성입구로 가야 한다. 가는 방법이야 부지기수로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동경로는 3호선 불광역 또는 구파발역에서 내려 704번 버스로 갈아타고 산성입구 정류소에서 내린다.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4번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같은 버스를 타고 백화사 입구에서 내려서 의상봉으로 올라가는 길도 인기가 많다.

# 맛집 멋집
구기동으로 내려온다면 이북오도청 큰 도로변에 위치한 식당들을 이용하거나 구기삼거리 주변을 물색해야 한다. 구기동 옛날민속집(02-379-6100)은 산꾼들에게 10년 넘게 사랑 받는 두부전문점. 근방에 위치한 이모네집(02-379-5949)도 볶은 김치와 함께 내놓는 두부김치의 감칠 맛이 기가 막히다. 막걸리와 찰떡궁합이라 일단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귀가시간을 보장할 수 없다.


Tip 1. 의상능선이 처음이라면 반드시 산행을 함께 해줄 중급자 이상과 동행할 것을 권한다. 까다로운 구간이 몇 있어 사전정보 없이 무턱대고 움직였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 

Tip 2. 의상능선은 북한산의 12성문 중 5개의 성문을 거쳐가는 코스. 북한산 12성문 종주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각 성문들의 위치를 눈 여겨봐둘 필요가 있다. 각 성문마다 재미난 유래와 용도를 갖고 있어 흥미로운 역사공부가 된다. 

Tip 3. 의상능선은(특히 의상봉, 용혈봉) 낙뢰사고가 잦은 구간인 만큼 비 오는 날은 절대적으로 산행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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