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의왕8경의 자부심 – 모락산
Punctum | 2012.01.10 | 추천 : 1937 | 조회 14235



의왕8경의 자부심 – 모락산


몸이 아프면 마음도 드러눕는다. 의욕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마냥 누워있자니 좀이 쑤신다. 활력이 사라진 자리를 요령이 메운다. 높은 산과 험한 길을 혼자 걷는 은밀한 쾌감을 포기하는 대신, 뒷짐 지고 나긋나긋한 길을 따라 걸으며 가족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보리밥 트래킹의 시작이다. 광명의 진산 구름산에 이어 의왕8경의 하나인 모락산을 찾았다. 거센 듯 아늑한 품이 매력적이다.


모락산 등산코스는 크게 4개의 들머리가 있다. 계원예대 후문에서 산림욕장 입구를 지나 제2봉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1코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인접해있는 포일성당에서 출발하는 2코스, 버스를 이용 호계광장사거리에서 LG아파트를 지나 남서능선에서부터 오르는 3코스, 오전동 개나리아파트에서 출발하여 남능선을 타고 오르는 4코스. 북동쪽에서 시작하는 1, 2코스는 거리는 짧지만 가파른 암릉구간과 절벽이 많아 산세의 변화가 있는 편이지만, 남서쪽 방면에서 오르는 3, 4코스는 완만한 대신 산행거리가 긴 편이다. 어차피 점심을 해결할 요량이라면 1코스로 올라 다시 원점 회귀하는 보리밥코스를 추천한다. 주차장이 넉넉하니 교통도 편리하다.

▲ 계원예대 후문에서 가까운 보리밥마을에 마련된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편하다(사진 좌) 보리밥마을 뒤편에서 1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여름의 뜨거움이 가신 가을하늘이 청량하다(사진 우)

보리밥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을 뒤편에 나있는 산길로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은 유순하다. 1봉을 거쳐 평화의 쉼터를 지나 전망바위가 있는 2봉에 이를 때까진 여타의 산림욕장과 비슷한 수준. 2봉을 지나 고개 하나를 더 넘으면 삼거리와 연결되는 너른 쉼터가 나온다. 계원예대 산림욕장 입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라 사람이 복닥거린다. 잠시 숨을 고르고 정상 쪽으로 직진한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아이들에게는 다소 버거운 구간도 왕왕 나온다.
 
▲ 1봉을 거쳐 2봉으로 가는 길. 오르막만 살짝 넘으면 유순한 능선길이다 (사진 위/좌, 우). 6.25 전쟁시 치열했던 전투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평화의 쉼터 (사진 아래/좌)

가파른 구간을 치고 오르면 나무계단과 만나게 되는데 좌측으로 우회로가 있다. 우회로라고 해서 편하게 빙 둘러 가는 길은 아니다. 중간중간 날카로운 암릉구간을 건너야 하고 로프에 의지해서 내려와야 하는 구간도 있다. 바위길이 싫다면 길고 지루하더라도 계단을 이용하는 편이 낫겠다. 우회로를 이용하면 절터약수터를 거친다. 아슬아슬한 구간을 지나와서인지 물맛이 제법이다. 일찌감치 정상을 찍고 내려온 사람들은 이미 푸짐한 점심밥상을 풀어놓고 약수 대신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그 달큰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슬며시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다시 정상 쪽으로 이동한다.
 
▲평화의 쉼터에서 바라본 바라산과 청계산 자락 (사진 위/좌). 2봉을 지나면 길이 가팔라진다. 암릉, 로프 구간 등이 버겁다면 정상 직전에서 우회로 대신 계단으로 직진한다 (사진 위/우, 아래/좌). 절터약수터까지 왔으면 힘든 구간은 끝났다. 시원한 약수로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다 (사진 아래/우)

절터약수터에서 지그재그로 치고 오르면 곧 팔각정과 만난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계단길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상은 계속 가던 길로 직진이다. 두 번의 데크계단 구간을 지나면 마침내 모락산 정상, 칼봉에 당도한다. 사방이 확 트여 있고 날씨마저 쾌청하니 눈이 호강이다. 낮지만 높다. 조망만큼은 경기5악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는 의왕의 자부심은 허풍이 아니다. 남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광교산~백운산~바라산~우담산~국사봉~이수봉~청계산과 북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우면산~관악산~삼성산~수리산의 유려한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강남7산과 모두 눈을 맞추고 있는 형세. 물 마실 생각도 못하고 연신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모락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야트막한 능선을 눈으로 따라가 보면 백운산~광교산 연계산행길을 가늠해볼 수 있다. 과거 전략적 요충지였던 모락산은 이제 종주꾼들의 중요한 웨이포인트(waypoint)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 
 
▲ 국기봉이 세워져 있는 모락산 정상 칼봉 (사진 위/좌). 백운산, 광교산으로 이어지는 모락산 남능선은 종주꾼들이 즐겨 찾는 코스이다 (사진 위/우). 모락산에서 내려다보는 평촌, 안양, 군포, 의왕. 시정이 좋을 때는 화성과 인천까지 시야에 잡힌다 (사진 아래/좌). 동쪽으로는 청계산, 바라산 자락이 병풍처럼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사진 아래/우)

하산은 다시 차를 세워놓은 보리밥마을로 내려오도록 한다. 다시 팔각정까지 와서 좌측길로 빠지면 묘소를 지나 계단길로 연결된다. 계단을 내려와 등산객 카운터를 통과하여 직진하면 아까 지나왔던 삼거리 쉼터에 닿는다. 거기서 좌측길로 내려서면 계원예대 후문 산림욕장 날머리로 통한다. 2차선 도로를 건너 모락산터널 쪽으로 잠시 걷다가 좌측 공원으로 들어서면 보리밥마을이다. 산림욕장에서 보리밥마을까지 도보 5분이면 충분하다.

Tip 1. 모락산터널 부근에 10여 곳의 보리밥집이 밀집해있다. 가장 인기 있는 집은 원조격인 옛날보리밥(031-424-2515). 20여 년간 변함없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비결은 언제 먹어도 입에 착착 붙는 된장의 구수함과 푸짐한 인심에 있다. 싹싹하고 눈썰미 좋은 이모가 된장만큼 구수한 남도사투리로 이것저것 아낌없이 챙겨준다. 
 


Tip 2. 모락산의 표지목 설치현황은 조악하기 짝이 없다. 14만 의왕시민의 녹샘쉼터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라 지자체에서 신경을 써줘야 할 부분이다. 초행길이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400미터도 안 되는 동네산이라고 얕봤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미리 등산개념도와 다른 이들의 산행기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인기 있는 코스에서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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