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리즈의 여행일기 - 경주 여행
리즈 | 2012.01.20 | 추천 : 2176 | 조회 29436




올 가을의 계획은 경주 남산의 단풍 구경하러 가기. 
그러나 올 여름에는 너무 비가 많이 내렸고, 몹시도 더웠던 지난 목요일을 지나 지금은 겨울 입구에 서있는 듯 합니다. 가을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 래도 저는 꼭 시월에 경주를 찾을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를 다시한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에 본 잡지의 구성이 너무 좋아서 저도 그 구성을 본따 경주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경주는 이야기가 많아 어떤 형식으로 써도 좋을 것 같아요. 





때는 2011년 봄, 경주입니다.

밤:夜  첨성대와 안압지
 
 

경주의 밤은 아름답습니다. 이왕이면 추운 겨울보다는 봄이나 가을 혹은 여름이 좋겠습니다.
오래토록 걸어도 질리지 않고 은은한 불빛이 유난히 아름다운 경주이기 때문입니다. 첨성대가 그 시대에 천문대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그 때는 지금같이 밤이 밝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아직은 공기가 좋은 경주의 밤하늘은 반짝반짝합니다. 만약 유난스런 조명이 가득했다면 조금은 아쉬웠겠지만 경주의 밤은 이렇게 은은하고 친절하답니다. 연인과 함께 꽁냥꽁냥 귀여운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을거예요.



경주의 밤의 진수를 보고 싶으시다면 안압지를 꼭 찾으셔야 합니다. 다른 곳은 가지 않으셔도 좋아요. 
너무 늦게 찾은 경주라 밤이 아쉬웠는데 안압지를 보고나니 밤에 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사진 속 안압지를 보시고 반하지 않으신 분은 없을거예요. 안압지를 한 바퀴 다 둘러보기에는 한 시간도 아쉬우니 넉넉하게 산책할 시간을 들고 가세요. 잠시 벤치에 앉아 수다도 나누시고, 쓰레기를 치우신다는 전제하에 따뜻한 커피한잔도 좋겠습니다. 안압지를 가신다면 꼭 밤을 추천합니다.

꽃:花  경주 보문단지 
 


경주 보문단지. 이 곳을 산책하러 오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이 곳은 드라이브 코스랍니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 가세요.
양 옆으로 선 벚나무로 흩날리는 꽃잎들이 춤출 때쯤 이 곳을 찾으시면 아마 경주를 또 오고 싶어지실 겁니다. 길을 걷다보면 샛노란 개나리도 보이고, 탐스런 목련과 자목련도 있습니다. 제가 간 오월은 아직은 추워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더랬죠. 경주 안에서도 다 꽃이 피는 날이 달라 보문단지는 아직이었거든요. 보문단지에는 숙소가 많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 그 길을 걷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책:文  경주향교
 


책을 보는 향교라 그런지 정적인 내음이 물씬 듭니다. 저는 건물 뒤 켠의 이 공간이 어찌나 좋던지 한참을 서서 들여다 보았습니다. 떨어진 목련 잎과 나무 아래 선 그늘도 공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오랜 시간을 갖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곳을 거닐었을 학생들과 그들의 열정이 켜켜이 쌓여서 먼지처럼 번지는 그런 오랜 시간 말입니다. 아차, 경주향교를 돌아 나가면 최씨고택이 있습니다. 그 최씨 고택 옆에는 경주법주를 빚는 오랜 집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고 시간을 견뎌준 모든 것이 참 감사한 순간입니다. 
경주를 다니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 곳을 지키고자 해서 이렇게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닌가.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능(陵)과 수많은 고택들을 보면 말입니다. 만약 자본주의의 잣대만 들이밀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이 곳을 느낄 수 없었겠지요.

 
능:陵  대릉원

 

이제 돌아서 나가야 하는 데 그 길이 참 멉니다. 어제 밤 어스름하게 빛나던 대릉원을 밝은 날 보니 그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다른 사진들을 보아도 경주는 유난히 필름카메라와 잘 어울리는 곳이지만 특히 능을 찍으면 그런 생각이 더욱이 듭니다. 검은 필름을 붉게 태워 그 모습을 새기는 것처럼 이미지를 저장하는 것보다 아날로그 식으로 그 모습을 새겨주는 것이 더 예의인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경주를 다니다 보면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능이라지만 대릉원의 능은 그 역사적 가치도 그렇고 모습이 동그라니 편해지는 느낌입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그것도 가늠할 수도 없는 조상 어딘가의 마지막을 이렇게 편하게 느끼면 안 되는 것일까요.

 
촌:村  양동마을

 

양동마을은 제가 이번에 한 경주여행 중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KTX를 놓쳤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를 할 수 없는 곳이 양동마을입니다. 이 곳을 가려면 203번 버스를 타고 입구에서 내리는 게 좋아요. 다른 버스들을 타시면 꽤 많이 걸으셔야 합니다. 히치하이킹도 못하는 소심한 저는 그저 웃지요.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가실 예정이시라면 가는 길에 작은 간이역에 잠시 앉았다가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만 이 곳은 폐선이 아니니 기차가 오는 지 잘 살펴보시고요.



 
양동마을은 국내 최대의 동성취락이라고 하는데 경쟁하듯 멋진 집을 짓고 그들의 후손이 꾸준히 살게 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요. 그래서 양동마을은 들어가서 볼 수 있는 집이 많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집은 몰라도 심수정이라는 곳에 꼭 들어가 앉아 보고 싶었습니다. 옆으로 난 기개높은 고목과 활처럼 올라간 처마가 아름다운 누마루. 손길이 닿아 여전히 반질거리는 마루는 문가로 가 훔쳐본 그 곳의 매력이었죠. 양동마을이 들어가서 볼 수 없는 곳이라고 해도 실개천이 흐르고 돌담이 가지런한 그 길가를 걷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느끼실 겁니다. 제가 실패한 것은 넉넉한 시간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


 
아름다운 마을 우물을 마지막으로 제 경주여행의 기억을 접어놓습니다. 대한민국이 박물관이라던 그 분의 말씀처럼 경주는 발길이 닿는  곳곳이 박물관 같아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꼭 가을에 또 경주를 찾겠습니다. KTX를 타면 경주까지 두시간이면 도착합니다. 정말 우리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지요? 택시기사 아저씨가 가을의 경주는 남산이 으뜸이랍니다. 그 곳에 다녀오면 이 이야기가 시작인냥 소개해야겠네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맛:食  교리김밥과 명동쫄면



경주의 교리김밥은 경주향교와 최씨고택이 있는 작은 슈퍼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경주의 맛으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지요. 교리김밥의 특징은 지단을 얇게 채 썰어 가득 넣었다는 것인데요. 부드럽고 단단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은 컵라면 한 개와 함께 먹으니 아침으로는 그만이었어요. 



명동쫄면도 경주의 맛 중 하나입니다. 경주를 생각하면 찰보리빵과 경주빵이겠지만 이 쫄면도 이색적이니 한번 맛보시길 바라요. 쫄깃한 쫄면과 잔치국수의 시원한 국물 맛이 어우러져 한 끼로 아주 든든합니다. 쑥갓이 올라가 잡내를 없애고 향긋한 내음이 올라와 국물을 한참 마셔도 질리지가 않아요. 도톰한 유부가 너무 풀어지지 않아 씹는 식감도 좋고요. 쫄면은 익히는 정도가 중요한데 딱 적당하게 익어서 그야말로 쫄깃쫄깃합니다. 감기가 와서 콜록이며 이 이야기를 쓰다보니 뜨뜻한 국물이 간절하네요. 경주에 방문하신다면 이 메뉴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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