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느리게 걷기 Part 2 - 심학산 둘레길
Punctum | 2011.05.20 | 추천 : 2886 | 조회 37407



느리게 걷기 Part 2 - 심학산 둘레길



<낮은 산이 낫다. 심학산은 높이와 속도에 압도된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큰산명산이 부럽지 않다.>
 
높이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가치라는게 분명 있죠. 경기도 파주의 심학산이 그렇습니다.  해발 192미터밖에 안되는 높이에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는 육산이지만 해마다 심학산을 찾는 이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강의 범람을 막는다는 뜻의 수막산이라 불리던 백두대간 서쪽의 꼬맹이산은 파주시민들의 정겨운 쉼터요, 산소 역할을 해왔다. 그런 심학산이 산림욕장으로 개발되고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파주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큰 홍수가 일어 산이 물에 잠긴 후부터는 "심악산(沈嶽山)"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유래는 조선 숙종때 왕이 애지중지하던 학 두마리가 궁궐을 도망한 뒤 이 곳에서 찾았다고 해서 "학을 찾은 산, 심학산(尋鶴山)"으로 불리게 됐다고 합니다. 예사로운 이름이 아니죠? 뿐만 아니라 조선 말기에는 이곳으로 천도설이 제기됐을 정도로 명당으로 인정받은 영산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심학산에는 군데군데 묘지가 참 많습니다.

낮은 산이라고 얕보고 올랐다가 정상조망대에서 "이야~" 하는 분들 많습니다. 심학산 주변 사방이 평야지대라 특 트인 조망은 해발 1920미터가 부럽지 않습니다. 들이는 노동력에 비해 이런 호사를 누리기도 쉽지 않죠. 저물녘에 부지런히 올라 낙조전망대에서 해넘이의 장관을 보게 된다면 이제 서해로 낙조보러 갈 일이 없습니다.

* 코스요약
  • 1코스(배수지~체육시설~정상전망대, 2.9km)
  • 2코스(산마루가든~체육시설~정상전망대, 1.8km)
  • 3코스(약천사~체육시설~정상전망대, 0.8km)
  • 4코스(서패리~수투바위~정상전망대, 0.8km)
  • 5코스(서패리 배밭입구~정자~정상전망대, 0.8km)
  • 둘레길(약천사~배밭정자~산남리~전원마을~교하배수지, 6.8km)


 심학산 둘레길은 여러 코스로 나뉘어집니다. 본래 있던 등산로와 둘레길이 합쳐지면서 다양한 코스조합이 가능해진 덕분입니다. 가장 긴 코스는 서패리~동패리~산남리를 잇는 총 6.8 Km의 오리지널 둘레길입니다. 여기서 다시 약천사 기점, 교하배수지가 있는 동패리 기점, 꽃마을을 지나 이어지는 서패리 기점 등 기존 등산로들도 어디서 출발해도 둘레길과 만나게 됩니다.




어른들끼리라면 약 2시간 가량 둘레길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것이 좋겠고, 아직 산길이 익숙치않은 아이들과 함께라면 약천사~수투바위~낙조전망대~심학산정상에 오르는 길이 괜찮습니다. 이것저것 다 귀찮고 시간도 없고 엑기스만 뽑고 싶다고 하면, 약천사에서 바로 정상조망대까지 왕복 1.6 Km에 이르는 다이제스트 버전도 있습니다.  
약천사에서 올라오면 바로 체육시설과 만납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정상조망대, 왼쪽으로 가면 배수지로 연결됩니다. 대부분은 산마루가든 들머리에서 올라오거나 교하배수지에 차를 세우고 올라오는 사람들입니다. 오늘따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심학산을 찾았습니다. 포근한 봄날씨가 한 몫 도왔네요.
심학산의 등로는 다른 산보다 폭이 훨씬 넓습니다. 어른 네 명이 비껴가도 어깨를 부딪히지 않을 넓이. 그래서인지 차를 몰고 산중턱까지 올라오는 상황을 가끔 봅니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거라면 모를까, 이 좋은 산에서까지 차를 몰고 오는 모습은 가급적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가파른 오르막지대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쭉 200미터 가량 급경사구간이 이어집니다. 심학산 둘레길의 최대 난코스(?). 겨울에 눈이 쌓였을 때나 요맘때처럼 지대가 질퍽거릴 때 미끄러지기 십상이죠. 특히 아이들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도 힘든 순간을 넘기고 나면 이렇게 너른 평야지대를 바라보면서 숨을 고르는 재미가 있지요.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져서 서해로 흐르는 곳, 교하(交河)의 유래도 확인할 수 있고요. 날씨가 받쳐주질 않아 살짝 아쉬웠네요.
이미 정상조망대엔 사람들이 빼곡합니다. 심학산 정상부는 나무와 돌 등 자연소재를 이용해서 편안하고 친환경적인 쉼터로 조성되어있습니다. 정상치고는 지대가 평평해서 수백명의 사람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죠. 파주시에서 확실히 신경을 쓴 태가 납니다.  
파주, 일산신도시가 눈 앞에 족자 펼친 듯 좌라락 쏟아집니다. 평야지대에 유일무이하게 우뚝 솟은 산이다보니 가능한 장관입니다. 빽빽한 아파트  단지 뒤로 울퉁불퉁한 북한산이 보일 법도 하건만, 구름과 가스 때문에 형체조차 가늠하기 힘들군요.




반대편에는 파주출판단지와 한강 너머 김포 자락이 보입니다. 원래 파주출판단지가 있던 부지도 한강물이 수시로 넘나들어 물에 잠겨있던 곳이었다죠. 날씨 좋은 날 정상 밑에 낙조전망대에서 북녘을 바라보면 북한땅이 아스라히 보인다고 합니다.




올라올 때처럼 내려가는 길도 자유자재입니다. 정상부에서 수투바위쪽으로 내려가서 약천사로 다시 빠질 수도 있고, 아예 그 길로 배나무농장을 지나 서패리로 내려설 수도 있습니다.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가 작은 사거리에서 약천사 방향, 교하배수지 방향, 동패리 방향 중 어디로 갈 지 정해도 됩니다.




약천사로 내려오니 지장보전이 보입니다. 원래 약천사는 일제 강점기에 한 대처승이 세운 작은 사찰이었답니다. 그러다가 10여년 전부터 사세를 키우기 시작해서 3000위의 지장보살을 모신 지장보전을 짓는 등 경기북부에서 가장 큰 지장성지로 명망이 높은 절입니다. 지난 해 세상을 떠난 비운의 스타 박용하의 49제가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사찰에 오면 큰 일이 없는 한 마음을 담아 예를 올립니다. 믿는 종교가 다르지만 경우없이 땅밟기 같은건 하지 않아요. 심학산 찾을 때마다 혼자 간첩처럼 후다닥 왔다가던 산을 가족들과 함께 와서 좋은 시간 넉넉히 보내고 갑니다.





# 심학산 찾아가는 길

올림픽대로, 강변북로에서 자유로를 타고 가다 파주출판단지 입구로 빠져도 되고 더 가다가 교하신도시로 빠져나가서 첫번째 고가도로 밑으로 우회전해도 된다. 어느쪽이든 순서대로 서패리 꽃마을, 약천사, 산마루가든, 교하배수지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 주변 볼거리

심학산에서 내려와 헤이리마을로 넘어가서 다양한 문화체험도 할 수 있고, 내친 김에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가서 아이들과 놀이기구도 타고 산책을 겸해도 좋다. 특히 봄날 잔디가 다 자란 평화누리공원은 데이트코스로도 그만이다.


# 맛집 멋집

심학산 주변에는 이름난 식당들이 많다. 약천사 직전에 위치한 퓨전한정식 <산들래(031-943-6775)>가 특히 유명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메뉴구성이 좋아 주말에는 빈 자리가 없이 손님들로 꽉 들어찬다. 예약 필수. 메기와 빠가사리매운탕 전문인 <순철네매운탕(031-943-0047)>도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맛으로 오랜 단골들이 많다. 차를 타고 조금 더 이동해서 <오두산막국수(031-944-7022)>에 들러봐도 좋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등장하면서 더 유명세를 탄 식당이다.



Tip 1. 주말 심학산은 주차공간 확보가 최우선. 약천사 주차장이 제일 넓지만 정오를 넘기면 빈 자리가 없다. 조금 걷겠다 생각하고 심학초등학교에서 약천사로 올라가는 길목에 차 1~2대 세울 수 있는 공터를 이용하면 좋다.

Tip 2. 원래 심학산은 해넘이명소로 더 유명하다. 제대로된 노을을 보려면 최소한 일몰 20분 전에는 정상에 도착해야 한다.

공감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