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광명의 녹색쉼터, 구름산
Punctum | 2011.11.15 | 추천 : 2349 | 조회 15172


 

느리게 걷기 4 - 광명의 녹색쉼터, 구름산
 
 
구름산. 산이 구름 속까지 높이 솟아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얼마나 높길래 그런 이름이 붙었나 찾아보니 웬걸, 겨우 237m에 불과하다. 인천의 소래산(299m)이나 계양산(394m)보다도 낮다. 그럼에도 구름산은 광명의 주산으로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가학산, 서독산까지 이어지는 너른 산줄기와 깔끔하게 조성된 산림욕장이 고된 세상살이에 지친 광명시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산도, 사람도 단디 들여다봐야 그 진가를 안다.
 


 
구름산 들머리에는 광명시 노인요양센터 및 광명보건소가 자리잡고 있다. 올라가는 길은 두 군데. 노인요양센터를 우측에 두고 위쪽으로 올라가 보릿골 입구에서 왼쪽으로 올라서거나, 보건소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들머리를 이용해도 된다. 어느 쪽으로 가도 2봉 밑에 있는 가리대광장에서 다시 만난다. 
 
▲ 광명보건소 주차장은 주말에 시민들을 위해 개방되어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사진 좌) 광명시가 1996년 조성한 구름산 산림욕장은 총 90만평 규모, 8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우)

주차장 출구로 나와 바로 계단으로 올라가면 만남의 광장이 나온다. 그대로 계속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 “정상”방면으로 계속 오르면 돌산 전망대로 향하게 되고 우측 산불감시탑 쪽으로 방향을 틀면 정자가 있는 칼바위 전망대와 만나게 된다. 먼저 돌산 전망대 방향을 택하면 다소 험한 바위길 구간을 지나 관악산 전경이 빤히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만약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칼바위 전망대로 가게 되면 칼바위정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가기에 좋다. 

 
▲ 작은 산이라도 허투루 볼게 아니다. 코스마다 재미가 다르고 느낌도 새롭다. 대부분의 구간이 푹신한 흙길이라 노년층, 어린이와 함께 하기에 좋은 육산이다. 가을이면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 더욱 걷기 좋은 길로 변한다. 

어지간히 쉬었으면 또 한 번 힘을 낼 차례. 돌산전망대도, 칼바위전망대도 그대로 가던 정상 방향으로 전진하면 결국 가리대광장에서 다 같이 만나게 되어있다. 다만, 아이와 함께 한 트래킹이라면 칼바위전망대를 지나 산불감시탑 방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훨씬 유순하다. 울창한 숲이 거대한 그늘을 만들어 에너지 소모가 덜하고 길게 이어진 황톳길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마치 합수부처럼 모든 길이 한데 모이는 가리대광장은 올라가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으로 늘 복닥거린다. 그늘막이 부족해서 여름엔 햇빛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게 흠. 광장에서 쪽 비탈길을 올라가면 긴 계단 구간을 지나 산불감시탑이 있는 2봉에 닿는다. 길이 고되지만 우회 없이 바로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오른쪽 숲 속 샛길로 빠지면 살짝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가 길고 완만한 허릿길을 따라 정상 밑에 있는 천연약수터까지 갈 수 있다. 

 
▲ 칼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광명시대 전경.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사진 위/좌) 정상으로 가기 전 모든 길이 만나는 가리대광장은 늘 사람들로 복닥거린다. (사진 위/우) 정상 직전에 만나는 마지막 약수터. 음용 전에 수질검사서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진 아래/우)

자, 이제 다 왔다. 2봉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코스라면 산불감시탑(현재 공사중)에서 정상까지 조금만 더 걸으면 된다. 우회로에 들어서서 천연약수터에서 한소끔 쉬었으면 마지막 깔딱고개만 넘어보자. 위험구간마다 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니 중심만 잘 잡으면 된다. 20m쯤 올라와서 얼마나 남았나 싶어 고개를 슬며시 들면 바로 구름산의 정상, 운산정이 빼꼼 보인다. 

정상에 서면 먼저 동쪽으로 관악산과 수리산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인천의 진산(鎭山) 계양산과 소래산이 보인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 하늘 위를 보면 서독산 활공장에서 출발한 행글라이더 무리가 마치 솔개처럼 하늘 위에서 빙빙 돌며 배회하는 걸 볼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원점회귀가 적당하다. 일단 계단구간으로 내려가 가리대광장에서 직진하는 코스를 잡는다. 계속 내려가면 산림욕장 구간을 지나 피크닉장소와 흡사 유격시설 같은 나무로 된 운동기구들이 있는 공원을 거쳐 보건소 날머리로 갈 수 있다. 가리대광장에서 우측 소하동 방면으로 내려가도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보건소까지 금방이다. 어디로 가든 총 소요시간은 넉넉하게 왕복 3시간. 간단한 트래킹으론 적당이다. 

 
▲ 구름산 정상(237m) 에 조성된 운산정. 정상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멀리 계양산이 보인다 (사진 위) 구름산 정상에서 내친 김에 서독산, 가학산까지 연계산행할 수 있다. (사진 아래/좌) 구름산 산림욕장에는 각종 곤충류는 물론이고 청설모, 다람쥐, 멧토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훌륭한 도심 속 생태림이다 (사진 아래/우)



Tip 1. 구름산 산림욕장이 어지간히 이름이 난 터라 멀리 인천에서도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주말에는 보건소 주차장을 개방하니 자가용을 이용해도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7호선 철산역 1번, 2번 출구에서 광명보건소로 가는 마을버스(2번, 3번)를 타고 이동하면 편하다. 광명KTX 전철역에서는 17번 버스에 오르면 된다.

Tip 2. 내려와서 식사를 해결할 생각이면 보릿골(02-898-1310)을 추천한다. 보리밥 정식을 시키면 제공되는 갖은 나물과 직접 뜬 청국장, 콩비지가 나오는데 음식들이 하나같이 정갈하고 구수하다. 인원이 많으면 숯불제육구이도 한접시 시켜보자. 두툼한 육질의 삼겹살을 고추장양념해서 숯불로 구워내놓는데 밥반찬으로도, 안주로도 좋다. 주차가능하며, 보건소 주차장이 만차일 경우 보릿골에 세워놓고 등산했다가 내려와서 식사를 하면 된다.



Tip 3. 광명은 요절한 시인 기형도(1960~1989)의 고향이기도 하다.  소하동에서 태어나 청년기까지 광명에서 보냈던 그는 아마 자연스럽게 구름산을 들락날락했을 것이다. 때마침 가을이니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그의 빛바랜 시집을 들고 구름산 어귀에서 사색에 잠겨보면 어떨까.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 한 뼘의 폭풍도 없이 / 나는 고요했다”고 말하던, 결국 죽어서야 벗어날 수 있었던 그의 깊은 외로움을 문득 이해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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