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느리게 걷기 Part 1 - 북한산 둘레길 7구간 옛성길
Punctum | 2011.05.19 | 추천 : 2746 | 조회 34703


느리게 걷기 Part 1 - 북한산 둘레길 7구간 옛성길


<거칠고 우락부락한 의상능선에 비해 비봉능선은 다분히 여성적이다. 선이 곱고 예쁘다. 둘레길 7구간은 마치 여인을 보듯 비봉능선을 바라보며 걷는다>

3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불광역은 늘 수많은 등산객으로 넘쳐납니다. 아예 주말에는 지하철 칸 전체가 등산객인 경우도 있죠. 불광역을 기점으로 한 비봉능선은 북한산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구간입니다. 오랫동안 산을 찾아온 노회한 산꾼도,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북한산을 처음 찾는 맹랑한 젊은이들도 모두 차별없이 받아주는 품이 큰 산입니다.

북한산 둘레길(총 63.2 km)은 지난 2010년 9월에 첫 개통되어 두 달만에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일약 서울의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의 영향 탓이죠. 북한산국립공원을 빙 둘러 13개 구간으로 만들다보니 숲길이 아닌 아파트단지를 가로지르는 곳도 있고, 도심의 매연을 그대로 뒤집어쓰면서 걷는 구간도 있습니다. 그러니 코스를 잘 골라야 둘레길다운 둘레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7구간에 해당하는 옛성길은 둘레길의 목적에 온전하게 부합하는 코스입니다. 총 13구간의 북한산 둘레길 중 조망으로는 어느 구간에도 뒤지지 않는 탁 트인 길이 아름다운 곳이죠. 하늘과 능선이 맞닿은 시원한 풍광과 호젓한 산세가 트래킹하기 딱 좋습니다.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비봉능선 전체를 길게 조망하며 걷는 길이 아주 운치있습니다.


<오솔길의 느낌이 운치있고 좋죠? 할머니와 손자가 재잘재잘 속닥속닥 재미진 얘기를 나누며 둘레길을 함께 합니다. 둘레길 순례 도중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쉼터 조성도 잘 해놨고 길게 도는 길 끝에서 탕춘대성암문을 통과하면 향로봉~비봉으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탄한 코스가 이어져 가족 단위로 방문해도 좋겠습니다. 다만 오랜 풍화작용과 사람들의 잦은 왕래로 마사토가 드러난 구간이 있어 살짝 주의해야 합니다.

* 코스요약 : 불광역 2번 출구~북한산둘레길 7구간 입구~송전탑~조망터~탕춘대성암문~탕춘대매표소~이북5도청 입구(또는 향로봉~비봉 등산로 이동)

*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2.7km, 1시간 50분, 휴식 포함 (향로봉~비봉을 거쳐 본격적인 산행으로 이어질 경우 약 6.6km, 약 3시간 소요)




불광역 2번 출구는 주말에 발 디딜 틈조차 없습니다. 폐업맞이 폭탄세일 란제리가게처럼 북새통을 이루죠. 구파발역, 수유역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대표적인 북한산 산행의 집결지입니다. 2번 출구로 나와 길을 따라 왼쪽으로 꺾어져서 구기터널쪽으로로 직진하면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과 만나고, 2번 출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역시 구기터널 방면으로 걸어가면 장미공원 내에 둘레길 7구간 들머리가 나옵니다.  

장미공원에서 이북5도청입구, 구기동 방면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갑니다. 둘레길은 표지목 작업이 아주 잘 되어있어 초행길이라고 해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길 잃을 염려 없이 진행이 가능합니다. 또 대부분의 구간이 유순한 편이라 등산이 아니라 산책 수준의 난이도에 맞춰져 있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찾을 수 있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아, 물론 우이령길처럼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구간도 있으니 떠나기 전에 미리 체크해야 합니다.
오르면서 건너편 족두리봉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청원암장에도 암벽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요. 족두리봉(370m)은 정상부가 마치 색시가 족두리를 쓴 것처럼 봉긋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남서릉 방면에서는 그 형태가 잘 안보이지만 맞은편에서 보면 족두리 모양이 뚜렷이 보입니다. 비봉능선의 첫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표지목상의 이북5도청 방면으로 이동합니다. 옛성길이란 이름은 탕춘대성의 흔적이 남아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탕춘대성은 원래 서울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해 축조된 성이죠. 인왕산에서 홍지문을 거쳐 북한산 향로봉까지 이어진 서울의 오래된 유적입니다.

둘레길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구간답게 올라오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들로 등로는 사람의 인기척이 끊이질 않습니다. 가족 단위로 둘레길에 나선 이들도 곧잘 보입니다. 혼자 막걸리 배낭에 쑤셔넣고 아침 댓바람부터 산으로 내달리던 아빠가 오늘은 어린 딸내미 손 꼭 잡고 함께 산을 즐기며 걷는 것. 이걸 둘레길의 순기능이라고 봐도 되겠죠.

어느정도 능선에 오르면 족두리봉부터 향로봉, 비봉, 승가봉, 문수봉, 보현봉까지 비봉능선자락이 한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일주일 내내 체기 들린 것처럼 꿍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그림입니다. 비봉능선은 북한산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산행코스이기도 합니다. 대동문에서 시작하는 산성주능선도 걷는 즐거움이 있지만 비봉능선만큼 풍광을 즐기면서 걷는 재미는 덜하죠. 현재 안식년제가 시행되고 있는 보현봉(714m)이 개방되면 비봉능선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겁니다.


7구간은 또 서울시에서 선정한 우수조망명소에도 속해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풍광도 확 삽니다.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죠. 옛성길은 탕춘대성암문을 지나 탕춘대능선으로 이어졌다가 향로봉과 연결됩니다. 체력과 시간 여하에 따라 비봉과 사모바위를 거쳐 대남문을 통과해서 구기동으로 내려올 수도 있어요.



쉬엄쉬엄 걷다보니 어느 틈엔가 탕춘대성암문까지 왔습니다. 총 13구간의 둘레길 중에서 유일하게 성문을 통과하는 구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여기를 통과하면 이제 실질적인 둘레길 7구간은 얼추 끝나게 됩니다. 여기서 이북5도청까지가 옛성길의 마지막 구간입니다.



성암문을 통과하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우측으로 가서 상명대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좌측 향로봉으로 오를 수도 있습니다. 향로봉쪽으로 가다가 이북5도청, 또는 구기동 빌라촌으로 내려가면 7구간이 끝납니다. 이북5도청에서 내친 김에 형제봉 입구까지 이어지는 둘레길 6구간 평창마을길까지 가도 좋습니다. 일단 향로봉쪽으로 와서 탕춘대탐방지원센터까지 왔습니다. 여기서 향로봉으로 갈 수도 있고 바로 옆의 구기동으로 빠지는 길로 내려서도 됩니다. 향로봉을 선택하면 향로봉 밑에서 불광중학교로 빠지거나 족두리봉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향로봉쪽으로 오르기로 결심했으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에 들어가야죠. 탕춘대탐방지원센터 지나 좌측으로 성곽을 따라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걸어 오르면 이런 길이 나옵니다. 흔히들 말하는 "탕춘고도"로 가는 길이랍니다.

 
마치 차마고도와 닮았다 하여 이름붙여진 탕춘고도. 그럴듯 하죠? 좁은 바윗길을 살랑살랑 걷는 모습이 옛날 보부상과 비슷해보입니다. 북한산 비봉능선의 숨어있는 1인치. 굳이 바로 옆의 넓은 길을 놔두고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은 아마 똑같이 은밀한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을테죠.


 

# 북한산 둘레길 찾아가는 길

자가용은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게 좋다. 불광역 주변의 유료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주말에는 빈 자리가 없다. 만약 둘레길 7구간을 역방향에서 진행할 때는 이북5도청 노상주차장을 이용하거나 현대빌라 근처 대륜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도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2호선 합정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면 금방이다. 불광역 2번 출구에서 파출소쪽으로 길을 건너 구기터널 방향으로 직진하면 둘레길 초입으로 연결된다.

 

# 맛집 멋집

구기동 또는 이북5도청으로 하산했을 시에는 큰길 삼거리까지 내려와서 인도를 따라 좌측으로 가면 유명한 두부집이 몇 군데 있다. 두부가 전문이지만 보쌈솜씨도 예사롭지 않은 <할머니두부집(02-379-6276)>,
볶은김치와 내놓는 두부김치가 입에 쩍쩍 달라붙는 <이모네집(379-5949)>은 언제 찾아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갈치김치를 숯불갈비와 쌈싸먹는 <삼각산숯불갈비(02-379-8710)>도 산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모네집을 지나쳐 조금 더 가면 시원하고 구수한 사골육수가 일품인 <장모님해장국(02-879-4294)>에서 선지해장국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도 좋다.

다만 구기동 인근에서는 산꾼들을 주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러운 점은 감안해야 한다. 가족 단위라면 시내로 나가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Tip 1. 불광역에서 이어지는 7구간, 8구간이 둘레길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가장 알맞은 코스. 8구간은 족두리봉을 거쳐서 오르려는 사람들때문에 늘 붐빈다. 7구간이 비교적 한적하다.

Tip 2. 퐁화가 심한 돌길때문에 일부 구간은 꽤 미끄럽다. 등산화와 스틱을 꼭 챙겨서 가는게 좋다.

Tip 3. 귀에서 이어폰 빼고 스마트폰은 배낭 안에 넣자. 눈 앞에 주단처럼 깔린 길의 아름다움에 집중할 것.
공감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