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느리게 걷기 Part 3 - 청계산 산림욕장
Punctum | 2011.05.20 | 추천 : 2333 | 조회 32704



느리게 걷기 part 3 - 청계산 산림욕장




절정에서 비껴난 숲길은 외롭기 보다 고즈넉하다. 빽빽한 나무 사이에서 찾는게 길인지, 나인지 생각할 여유가 있다.


청계산은 전형적인 육산(陸山)입니다. 암릉구간이 거의 없고 흙과 숲으로만 이루어진 산. 능선산행으로는 제격입니다. 빼어난 암골미를 자랑하는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찾는 이들이 있다면, 청계산처럼 걷기 좋은 산을 찾는 이들도 많죠. 산림욕장 역시 청계산의 매력이 잘 나타나있는 명소입니다. 숲과 함께 호흡하며 심신을 재정돈하는데 효과가 좋습니다.

길게 원을 돌듯 약 7킬로까지 이어지는 산림욕장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470종이 넘는 식물이 무성하게 자란 숲길로 구성되어 걷는 내내 상쾌한 느낌을 줍니다. 늦봄에서 초가을까지는 피톤치드가 절정에 이르는데 특히 비가 온 다음 날이면 코끝이 매울 정도랍니다. 늦가을부터는 노랗고 빨간 단풍이 흐벅지게 물들고 한겨울 눈꽃길을 누비는 재미도 만만치않죠.

사실 청계산 자체가 조망이 썩 훌륭한 산은 아닙니다. 쉼터가 조성된 일부 봉우리들을 빼면 다소 지루한 느낌도 들죠.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산림욕장 곳곳에 다양한 테마공간을 조성하고 찾는 이들로 하여금 사색과 휴식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산림욕장을 찾는 이들 중 빠르게, 바쁘게 걷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느리게 걷기. 숲의 치유기능을 120% 활용하는 정공법입니다.

  • 코스요약 : 대공원 주차장~동물원 매표소~산림욕장 입구~선녀못이 있는 숲~아카시나무숲~자연과 함께 하는 숲~생각하는 숲~쉬어가는 숲~맨발길~독서하는 숲~밤나무숲~사귐의 숲~소나무숲~산림욕장 출구

  •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6.9km, 2시간 30분 소요, 휴식 포함

청계산 산림욕장의 코스개념도입니다. 총 4구간, 11개의 테마공간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98년 개장한 청계산 산림욕장은 원래 서울대공원 개발사업의 일환이었습니다. 동,식물원 안에서 입장할 수 있게 하고 산림욕 도중에 다시 동물원으로 내려오게 만든 다분히 의도적인(!) 코스입니다. 당연히 입장료도 내야 하고요. 그래도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산림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룹니다.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는 코스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대공원 광장에서 동물원 입구까지 가는 방법은 총 3가지입니다. 누구와 같이 갔느냐로 따져본다면, 가족과 함께 갔을 때는 코끼리열차, 연인과 함께 갔을 때는 리프트, 혼자 갔을 때는 괜히 혼자 온거 티내지말고 씩씩하게 걸어서 이동하면 되겠습니다. 동물원에 도착하면 매표소에서 입장권(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을 구입하고 입장해야 합니다.
동물원 윗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얼마 안가 휴게소 옆에 표지판이 서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호주관 철조망을 왼편에 끼고 계속 가다 보면 산림욕장 입구라고 적힌 구간과 만나게 됩니다. 입구에서 나무를 잘라서 만든 지팡이를 무인대여해주고 있으니까 스틱이 없으시면 이걸 이용하세요. 출구에 반납통이 별도로 있습니다.



<산림욕장이라도 초반에는 경사가 좀 있습니다. 본인의 체력을 의심할 정도는 아니니 걱정안해도 됩니다. 산림욕장 초입은 아직도 늦가을 분위기네요>

산행 시작 20분만에 첫번째로 만나게 되는 가-구간의 선녀못이 있는 숲. 산림욕장 곳곳에 이런 표지목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각 테마공간마다 간단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언제든 쉬어갈 수 있습니다. 첫번째 가-구간은 총 2.2km이며 호주관 뒷편에서 남미관 샛길까지 이어집니다.



청계산 산림욕장이 좋은 점 중 하나는 각 구간마다 샛길로 빠지는 길이 마련되어 있어 다시 뒤로 돌아나가거나 끝까지 갈 필요 없이 언제든지 하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방문객에게 끝까지 가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 근데 이게 왠일입니까. 나-구간으로 가는 길목에서 하얀 눈꽃이 핀 광경을 보게 됩니다. 3월 첫 주에 이런 눈꽃이라니! 눈꽃이 새하얗게 맺힌 나무와 수풀들이 아까와는 다른 세상을 보여줍니다. 나-구간에서 다-구간으로 갈수록 지대가 높아지는데 아랫쪽에선 비가 왔지만 윗쪽에선 눈으로 바뀌었던 모양입니다.




나-구간의 맨발길 구간. 피부로 직접 느끼는 흙의 기운은 특별한 느낌이 있죠. 봄부터 가을까지 청계산 산림욕장 전체를 맨발로 걷는 이들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어요. 발은 제2의 심장이라 불릴 정도니까 기회가 된다면 시도해볼만 합니다. 푹신한 황토방석 위를 걷는 느낌이 들려나요

맨발길 종점. 바로 옆 개울에서 발을 씻고 잠시 쉬었다가 남은 구간을 마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가서 넉넉한 크기의 정자에서 과일도 깎아먹고 커피도 타마시고 세상의 근심 걱정 잠시 배낭 속에 파묻어버릴 수도 있죠.  나-구간의 마지막 쉽터인 독서하는 숲엔 벤치가 유난히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잠시 쉬면서 지난 일주일간의 전쟁같았던 일상을 정리할 수만 있어도 그게 어딥니까




저수지샛길에서 맹수사샛길까지 이어진 다-구간(총 1.4km). 가을에는 전체 산림욕장 내에서 계절감을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구간입니다. 일대가 밤나무숲으로 빼곡히 군락을 이루고 있어 농담 조금 보태서 가을이면 밤 떨어지는 소리가 뚝뚝 들릴 정도랍니다.
오후 3시가 넘자 해가 누으면서 나무 사이로 햇빛이 쏟아집니다. 구불구불 좁은 길에 조망도 트인 맛이 없어 산으로서의 기능은 아쉽지만 숲으로서는 만족도가 아주 높은 구역입니다. 애초에 용도가 다른 것이죠.






드디어 산림욕장 출구까지 왔습니다. 2시간 30분이 금방 흐르네요. 입장할 때 사용했던 지팡이는 출구 앞에 비치된 수거함에 가지런히 꽂아두면 됩니다. 다시 대공원 본관쪽으로 나갈 때는 동물원 출구로 나가 코끼리 열차, 또는 도보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고요. 리프트를 타고 저수지를 건너 주차장 바로 앞까지 가는 방법도 있죠. 각자의 주머니사정에 맞춰서 결정하면 됩니다.




 물론 남자라면 파워구보. 리프트 같은건 연악한 마마보이나 타는 거라규!....라고 해보지만, 그러나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리프트가 마치 여객기의 퍼스트클래스처럼 보이는.....부,부럽고나 ㅠㅠ
 전철을 이용하려면 계속 직진해서 4호선 대공원역을 이용할 수 있고, 차를 갖고 왔다면 왼쪽 주차장으로 가면 됩니다. 자연스럽게 원점회귀가 되기 때문에 차를 몰고 가도 큰 부담이 없어요.





# 청계산 산림욕장 찾아가는 길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공원 본관으로 이동하면 된다. 거기서 다시 코끼리열차를 이용하면 동물원까지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리프트로 이동하고 싶다면 본관을 바라보고 우측으로 가면 리프트 승강장이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4호선 대공원역에서 2번 출구로 나와 계속 직진하면 된다.


# 주변 볼거리

산림욕장 주변의 최고 볼거리는 역시 대공원 내의 동물원과 식물원. 숲속산책을 마친 아이들과 동물원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게 가장 무난한 코스이다. 연인과 함께 왔다면 대공원과 인접한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고, 아예 서울랜드로 자리를 옮겨 신나는 레저타임을 가질 수도 있다.


# 맛집 멋집

산림욕장 내에서는 매점이 전혀 없다. 대공원 내 매점의 음식상태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엄마표 도시락이 최선이고, 간단히 요기만 하고 주변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방법도 있다. 아예 차를 몰고 나가 유명한 본수원갈비의 분점인 <본수원갈비 과천점(02-502-8433)>에서 어른손바닥만한 갈빗대를 뜯어도 좋고, 조경이 잘 된 정원이 있는 건강밥상집 <옛날에(02-502-7587)>도 가볼만 하다.


Tip 1.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샛길위치를 파악해놓을 것. 다만 저수지 샛길은 권하지 않는다. 가장 길고 동물원 찾기도 힘들다.

Tip 2. 코끼리열차, 리프트는 모두 편도로 발권하는게 편하다. 걷기 위해 왔으면 도보이동이 남는 장사다.  

Tip 3. 육산이기에 3월말까지 땅이 얼고 녹으면서 길이 엉망진창이다. 바지 밑단을 깨끗이 관리하고 싶다면 봄여름용 스패츠를 착용하는 편이 좋다.

공감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