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추천] 한려수도,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
온위 | 2011.07.14 | 추천 : 3046 | 조회 37153



한려수도,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 

사람들이 한려수도에 홀린 이유는 제각각이다. 누구는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바다 위에 펼쳐진 섬들과 유려한 곡선의 리아스식 해안을, 다른 이는 박경리와 유치환을 낳은 예술적 풍요를 말한다. 저절로 시가 되고 그림이 되는 한려수도의 특별한 이야기.

글, 사진: 하나티앤미디어 
출처: 외환은행 라비 매거진


수평선을 타고 오는 바람, 바람의 언덕

하늘이 유난히 맑은 4월, 한려수도로 떠났다. 그 하늘이 깊고 푸른 남쪽 바다와 맞닿는 곳에 한려수도가 있었다. 바다로 둘러싸인 거제에서는 어디서든 몇십 미터만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가파른 산기슭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건물들과 그 사이로 구불구불 지나가는 길, 코발트 블루빛의 바다와 에메랄드빛 하늘, 그리고 유난히 만개한 꽃들은 여행 전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었던 한려수도에 대한 미사여구를 종합해도 부족할 만큼 아름다웠다.
처음으로 거제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을 찾았다. 신선이 빼어난 경치에 넋이 팔려 들고 있던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몰랐다는 신선대 전경.



이곳에 오른 에티오피아 국왕이 원더풀을 6번이나 외쳐 황제의 언덕이라고도 불린단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고 있는 도시와 군데군데 그득하게 피어 있는 유채꽃의 전경이 외지인의 눈에는 마냥 신비하고 이채롭다. 신선대에서 내려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바람의 언덕에 올랐다. 수평선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을 맞고 있자니 나 자신도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짜릿함이 느껴진다. 몇 년전만 해도 말 그대로 언덕이었는데, 드라마 배경으로 몇 번 등장하고 관광지가 된 후로 계단이 생겨 누구나 편하게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바람의 언덕에서 내려오니 쌉싸래하면서도 달달한 자연의 향을 입 안 가득 품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약선요리집을 찾았다. 식사를 마치고 만개한 벚꽃길을 걸으니, 벚꽃나무에 복숭아만 주렁주렁 열리면 이것이야말로 무릉도원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남해의 보석, 소매물도 

통영 한산도에서 여수까지 이어지는 바다 한려수도에서는 700리 해안과 모진 해풍과 파도에 깎여진 웅장한 기암절벽들을 구경할 수 있다. 발 아래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리아스식 해안이 만들어낸 고만고만한 항구들과 섬들.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눈앞의 광경이 꿈인 듯 하다.



가오리를 닮은 가오도, 제사를 모시는 돌거북섬, 말의 형상을 한 마미도, 수평선 위로 솟아 있는 다섯 손가락의 형상을 한 오손바위를 지나면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매가 빠져 죽었다는 남매섬도 나오고, 동굴 속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갈라진 바위 틈으로 십자 모양의 하늘이 보인다는 십자바위도 만날 수 있다.
짧은 여행길에 그 보석 같은 섬들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행복한 고민 끝에 한려수도 최고의 비경 소매물도를 꼽겠다. 금강산의 절경을 닮았다는 연유로 이름 붙여진 해금강 사이로 유람선이 지나면, 남해의 끝에 있는 사람이 사는 마지막 섬 매물도가 보인다. 매물도는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매물도는 남해의 보석이란 뜻의 해금도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바닷가에 오밀조밀 10여 채의 집이 모여 있는데 주민들은 미역, 전복 등 해산물을 채취하고, 흑염소를 키우고, 작은 배로 물길을 안내하는 일로 생활을 한다. 따뜻한 기후 덕분에 자생 동백나무, 선인장, 코코아 야자수, 용설란 등 7백 40여종의 나무와 아열대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경치에 운치를 더한다. 나무에 버섯이 핀 것처럼 섬에 동글동글 붙어 있는 한 뼘 높이의 천연기념물 동백나무의 아기자기한 외모의 실상은 거센 바닷바람과의 싸움에서 잎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키를 낮춰 살아남기 위한 흔적이란다.



물때를 맞추어 가면 소매물도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는 등대섬에는 새하얀 등대 주변을 둘러싼 기묘한 바위들이 절경을 이룬다. 매물도는 날이 어둑해질수록 바다가 하늘이 되고, 하늘이 바다가 되어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원시적인 평화를 선사한다.





한눈에 풍덩 담기는 전경, 달아공원과 미륵산

널린 바다와 섬들, 통영의 시내가 한 눈에 풍덩 들어오는 전경을 보고 싶다면 달아공원과 미륵산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23km에 이르는 산양일주도로는 양 옆으로 동백나무와 유려한 한려수도의 자태를 눈에 담으며 달릴 수 있어 '꿈길 드라이브 60리'라 불린다. 이 드라이브 코스와 드넓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달아공원. 달아공원은 일몰로도 유명하다. 한려수도를 수놓은 수십 개의 섬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태양은 가슴을 벅차 오르게 한다. 더 넓은 통영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발길을 미륵산 정상으로 옮겨 보자. 미륵산 정상에서는 검푸른 바다 위에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실루엣만 보이는 낚싯배들,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 눈 내린 듯 떠 있는 하얀 부표들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미륵산 정상의 상쾌한 공기와 빽빽이 솟아있는 나무들의 단 향이 코 끝에 촉촉히 배인다.




황홀한 빛과 색 속에 둘러 싸여져 있는 한려수도에는 특별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느 수묵화 속의 풍경처럼 아름답게 펼쳐지는 한려수도를 일찍이 찾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더 늦지 않고 찾게 된 것이 진정으로 행복하다. 따스한 바람이 물큰한 바다 냄새를 실어 나르는 한려수도가 궁금해진다면, 찬바람을 피했다가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화사하게 피어 오르는 4월 즈음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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