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외] 일본에게 일본을 묻다, 전세기로 떠나는 오카야마 주말여행(1)
Punctum | 2012.02.10 | 추천 : 2601 | 조회 15002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일본 전역이 방사능위험지역으로 인식되면서 일본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이 불황의 틈을 타 여행사와 일본 지자체의 합작으로 저가상품이 속속 출시되기 시작했다. 일본 오카야마 주말여행도 그런 취지에서 탄생했다. 1박을 겸한 숙소와 항공권이 포함된 자유여행 패키지가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환율이란 복병 때문에 최대한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점이 아쉽지만, 오카야마의 자랑 고라쿠엔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쿠라시키 미관지구의 활기가 환율에 위축된 마음을 푸근하게 다독여준다.





오카야마는 혼슈(本州) 서부에 위치해있는 교통의 요지. 오카야마현의 현청 소재지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다. 예로부터 “청명한 고장”으로 불릴 만큼 날씨가 좋고, 고유의 풍물과 옛스러운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 일본 시골 여행의 가장 적합한 도시로 손꼽힌다. 오카야마의 자랑은 무엇보다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고라쿠엔(後樂園). 그밖에 까마귀성으로 잘 알려진 오카야마성, 쿠라시키 미관지구 등의 관광상품을 갖추고 있어 시골치곤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은 JR열차를 이용해서 1시간 거리의 다카마츠까지 넘어가기도 하고 다양한 미술관 체험을 할 수 있는 예술의 도시 나오시마까지 배를 타고 다녀오기도 하다. 하지만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니만큼 본인들의 체력에 맞게 여행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나투어, 땡처리닷컴, 지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여행특가상품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TAX 포함해서 24만원 정도면 항공권과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매우 저렴한 편이다. 

인천에서 오카야마까지는 약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른 시간이지만 기내식은 어김없이 나오는데 워낙 짧은 비행이고 소형기종이다 보니 음식이 군대 전투식량과 흡사한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 입맛이 예민한 사람은 간단히 주스나 커피로 때우는 게 낫겠다.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면 어느새 바다와 맞닿은 일본 혼슈 해안도시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오카야마 공항에서의 입국심사는 일본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외국인 대상의 지문채취를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이거 사실 왜 하는지 모르겠다.

길고 지루한 입국심사가 끝나고 출구로 나가면 동물캐릭터 탈을 쓴 오카야마 주민들이 떡과 지도가 든 봉투를 하나씩 나눠주니 이걸 꼭 받아갈 것. 특히 지도가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도쿄처럼 잘 알려진 지역이 아니라 시골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도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 다시 2번 승강장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오카야마역으로 이동한다. 리무진 요금은 740엔이고, 승강장 자동판매기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30여분을 달려 오카야마역 서쪽 버스승강장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간단한 소지품가방을 제외한 큰 짐은 오카야마역 코인락커에 보관하거나 여행 전 미리 숙소에 들러 체크인 시간 전까지 짐을 보관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대부분의 숙소가 오카야마 역에서 노면전차나 버스로 10분 내외 거리에 있기 때문에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오카야마역 전경. JR열차와 신칸센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사진 위/좌) 일본 버스와 노면버스에서 볼 수 있는 빨간색 요금투입기. 동전교환도 가능하다.(사진 위/우) 일본에 왔으니 우동 한 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플라시보겠지만 하여튼 맛있다!(사진 아래/우). 일본의 골목 안쪽은 어딜 가도 조용하고 차분하다. 우리 나라의 요란법석한 골목풍경과는 대조된다. (사진 아래/우)

오카야마 시내에서는 대부분 버스나 노면전차를 이용한다. 일본의 버스는 우리 나라와 이용방식이 조금 다르다.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도록 되어 있으며, 구간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책정된다. 그래서 탑승시 정리권이라는걸 받게 되는데 목적지에 내리면서 정리권과 함께 버스 앞쪽에 마련된 모니터를 보고 내가 내야 할 요금을 미리 잔돈으로 준비해서 지불해야 한다. 정리권에 적힌 숫자와 모니터에 적힌 숫자 옆에 요금을 확인하면 지불해야 할 요금이 얼만지 알 수 있다. 혹시 잔돈이 없으면 버스 앞쪽에 마련된 잔돈교환기에서 미리 잔돈을 바꿀 것. 노면전차도 마찬가지다.

오카야마역에서 노면전차로 숙소까지 이동, 다시 버스를 타고 고라쿠엔으로 이동했다. 이바라키현 미토시의 가이라쿠엔(偕樂園),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의 겐로쿠엔(兼六園)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고라쿠엔은 1700년에 완성된 이래, 에도시대의 모습을 변화 없이 전해오고 있는 명소. 넓은 잔디밭과 연못 등, 정원의 산책로는 걷는다는 행동이 얼마나 의미 있는 움직임인지 깨닫게 해준다. 드넓은 잔디와 연못, 계절마다 다양한 화초와 나무에서 꽃과 열매가 열리고 그것들이 모두 정교한 계산에 의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이 정갈함과 기막힌 조경에 반해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운 좋게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어 일본의 결혼식 모습을 유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오카야마의 명물 노면전차. 여행하는 기분을 한껏 고무시켜준다.(사진 위/좌) 정갈하고 세심하게 다듬어진 일본식 정원의 백미 고라쿠엔. 연못과 나무, 화초까지 정교하게 계산되어 조성됐다.(사진 위/우) 손에 꼽히는 멋진 조경 때문에 고라쿠엔에서 결혼식도 종종 열린다.(사진 아래/우)

일본의 정원은 대개 옛 영주들이 손님을 접대하고 마음을 수련하는 공간으로 삼았던 문화유적들이다. 때문에 화려함이나 멋스러운 장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풀과 나무와 물만으로 대지를 꾸미고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만들었다. 천천히 정원 곳곳을 걷다 보면 오랜만의 여행으로 들척거렸던 마음이 유순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정말 잘 꾸며놨다. 영주가 차를 마시던 엔요정 등에서 다도를 경험할 수 있지만, 체험요금을 따로 받으니 주의할 것. 

고라쿠엔에서 오카야마성은 지척이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판자로 인해 까마귀성이라 불리며 일본 100대 명성 중 하나이다. 고라쿠엔에서 나와 다리 하나를 건너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이미 나고야성과 오사카성을 본 적이 있으니 오카야마성은 지나치기로 한다. 혹시 오카야마성에 갈 일이 있으면 굳이 입장권을 사지 않기를 권한다. 금액을 지불하고 들어가서 볼 만큼의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소실된 것을 최근에 복원했기 때문에 신축건물이나 다름없다. 밖에서 거대한 위용을 확인하는 걸로 마무리짓는게 훨씬 낫다.

아주 번화한 대도시를 제외한 일본의 도시들은 한산한 편이다. 오카야마는 그 중에서도 더 조용하다. 오카야마 역을 중심으로 번화가가 발달해있지만 역 주변을 한 블록만 벗어나도 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말이면 전국이 북새통을 이루는 우리 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오카야마 역 주변에 위치한 니시가와료쿠도오공원(西川錄道公園)에 들르자 아마추어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어 다소나마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카야마를 남북으로 흐르는 니시가와(西川). 청계천과 같은 인공수로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잘 보존했다. 니시가와료쿠도오공원에서 신문지모자를 쓰고 열연중인 밴드들.(사진 위)  신사이다아지쵸(新西大寺町) 상점가 내부 모습. 어마어마하게 길고 터무니없이 조용하다. 이유를 물으니 주로 아침에 장이 열린다고. 일본 전통 가옥양식과 소박한 주택들이 즐비한 오카야마의 뒷골목. (사진 아래)

다시 숙소인 오카야마 유니버설 호텔 별관으로 돌아와 일단 민생고부터 해결했다. 고심 끝에 정한 저녁 메뉴는 야키니쿠. 한국의 갈비집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가 방문한 식당은 마치 초밥집처럼 구워먹고 싶은 부위를 골라 1인분씩 주문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메뉴가 가타카나로 쓰여져 있어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한국사람들이 종종 오기 때문에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친절하게 대해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부 내장 부위를 비롯한 특수부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사람 입맛에 맞다. 


금강산도 식후경.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숙소 근처의 야키니쿠야 토라야(虎屋). 1인분씩 먹고 싶은 부위를 주문하면 즉석에서 직접 구워먹는 방식이다. 이거 굉장히 맛있다! (사진 위) 일본 생맥주는 거품이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감칠 맛이 난다. 우리 나라의 탄산 가득한 맥주와는 비교불가. 맛난 음식과 외국에서의 설레는 경험에 흐뭇해하는 아내. 여행이란, 같이 떠난 이의 저 즐거운 표정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전리품이다. (사진 아래)

다만 일본의 경우 어느 도시, 어느 식당을 가도 우리 나라처럼 푸짐한 반찬 같은 건 기대 안하는게 좋다. 유일한 무료는 물 밖에 없다. 츠케모노(야채절임) 하나 시켜도 유료, 샐러드 같은걸 시켜도 유료, 밥도 유료, 국도 유료. 메인요리를 제외하면 모두 유료다. 필요한 음식만 시켜서 딱 그것만 먹는게 일본의 식습관. 남기더라도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고 보는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즐겁게 먹고 마시고 숙소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다음 날 쿠라시키로 이동해서 강행군하려면 푹 쉬고 체력을 보충해야 한다.


*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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